지금도 입가에 맴도는 추수 찬송

발행일 발행호수 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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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의 끝자락을 지나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다. 가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갔나 아쉬워하며 조금은 쌀쌀한 아침 공기를 온몸에 휘감고 신앙촌으로 향했다. 부산으로 향하는 차 안. 막혔다 풀리기를 반복하는 도로를 견디어 내자 어느새 신앙촌에 도착했다.

익숙한 신앙촌 전경에 안도를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고 있다. 신앙촌 방문이 처음이 아닌 나는 한결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마주치는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산책도 하고 풍성함이 가득한 추수감사절 분위기에 동화되어 가을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잊게 되었다.

신앙촌 레스토랑에서 진한 커피 향을 즐기며 추수의 의미를 떠올린다. 사계절이 반복되어 봄에 뿌린 씨앗을 가을에 열매로 수확하는 생활에 너무도 익숙해진 우리들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라며 당연시하지만, 그 속에는 자연의 이치보다 더 큰 존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수감사절 예배에서 모두 같이 부르던 찬송가 가사로 인하여 즐겁고 풍성해 축제라도 벌어진 듯 기뻤던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온전히 가을의 수확에 감사하는 마음이 되었다.

서울에서 온 김명철 씨

“넓은 들에 익은 곡식 황금물결 뒤치며 어디든지 태양 빛에 향기 진동하도다. 무르익은 저 곡식은 낫을 기다리도다. 기회 지나가기 전에 어서 추수합시다.”

지금도 내 입가에 맴돌고 있는 이 찬송가가 왜 이토록 내게 와 닿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시간이 나를 무르익게 하여 그 의미를 깨닫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다시 한번 신앙촌에서 함께 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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