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보복에서 우리를 지켜주소서? 러시아 하늘에 뜬 ‘성령의 불’

발행일 발행호수 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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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이 성령의 불을 들고 군용헬기를 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경과 100km 떨어진 벨고로드 스타리오스콜 하늘을 비행했다./출처=프라보슬라브노예 오스코예

부활절마다 예루살렘 무덤성당서
헬기로 공수해 오는 성령의 불
점화 모습은 비밀에 부쳐져 있어

우크라이나 국경에 인접한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 상공에 ‘성령의 불’ 이 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이 잇단 폭발 사건으로 뒤숭숭한 벨고로드를 비행했다고 4월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26일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은 지역 의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과 100㎞ 떨어진 벨고로드 스타리오스콜 하늘을 비행했다. 러시아 정교회 측은 “사제들이 정교회 부활절(4월 24일)에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가져온 ‘성령의 불’ 과 ‘이베론의 성모’ 그림을 들고 스타리오스콜 헬기를 탔다.” 고 밝혔다.

성령의 불이란 예루살렘 성묘교회 안에서 점화된 불을 말한다. 326년경 정교회 신자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가 땅에 묻혔다가 부활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리에 ‘거룩한 무덤 성당’ 을 세웠다. 이들은 부활절 자정에 이 성당에서 인위적인 점화장치 없이 저절로 불이 붙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으며, 이 불을 신의 징조라 여긴다. 정교회는 기적의 점화 장면은 비밀에 부친 채 수 세기 동안 성화 예식을 치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마케도니아 정교회 신자들이 현지 한 수도원 부활절 예배에서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온 ‘성령의 불’을 이어받고 있다./EPA 연합뉴스

올해 부활절 자정에도 예루살렘 정교회 주교는 어김없이 성묘교회 예수의 무덤 자리에 있는 작은 예배당에 들어가 불을 붙여 나왔고, 신도들은 주교가 가져온 성령의 불을 각자의 초에 옮겨 붙이며 부활절을 기렸다.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채화된 성령의 불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다. 26일 러시아 벨고로드 상공에 뜬 성령의 불도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공수된 것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 정교회가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을 비행한 목적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최근 벨고로드 유류 저장소와 탄약고에서 일어난 일련의 폭발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유추했다. 우크라이나의 보복 공격에서 국경마을을 지켜달라는 축복과 염원의 의미가 다분한 행사라는 추정이다.

한편, 러시아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러시아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3월 “러시아는 안보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며 “서방은 한민족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이간질해 서로 살해하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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