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우크라이나 백기 협상 발언, 러시아에게 무한 전쟁의 권한 주는 것

발행일 발행호수 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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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교황의 우크라이나에 백기 협상 발언이 평화가 아닌 위험의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의 필자 나탈리 토치는 이탈리아의 정치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다음은 칼럼의 요약본이다.

우크라이나가 “백기 들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당국과 동맹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어떤 이들은 교황이 노골적으로 친러시아적 기조를 취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러시아에 납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석방과 관련한 바티칸의 중재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교황의 발언들은 서방의 일부에 깊숙이 퍼져 있는 친러시아 노선에 도덕적 보호막을 제공한다.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항복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주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속해서 설파해 온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바티칸이 러시아에 동조한다는 사실은 러시아와 그 지지 세력에게 강력한 정치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교황의 세계관은 뿌리 깊은 반서구주의에 가까워서 나토 등 서구 군산복합체의 부당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필자는 교황이 과거에도 틀렸고, 현재도 그러하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미래에도 틀릴 것이라고 믿는다. 교황은 때로는 인정하면서 또 때로는 눈을 감아버리면서 이번 전쟁의 원인과 관련된 과거 자신의 근본적인 신념을 배신했다. 교황의 발언이 현실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는 어째서 전쟁 초기 러시아가 어려움을 겪을 때 러시아에게는 항복을 권하지 않았을까?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오히려 교황이 비난하는 서방의 군산 복합 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했을 때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민간인과 인프라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서방의 방공 시스템 원조 덕분이었다. 그러나 서방이 머뭇거리는 동안 러시아는 미사일을 수입하고 군사력을 강화했다.

또한 푸틴의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봤을 때 교황이 말하는 우크라이나의 백기 투항이 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교황이 망각하기로 작정한 것은 2008년 조지아,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이 푸틴이 유럽에서 벌인 첫 번째 전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방이 러시아의 위협에 눈을 감을 때마다 러시아는 다시 돌아와서 더 큰 파이를 요구했다.

교황의 말에 따라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외면하는 비윤리적 시나리오를 따른다고 해도 그 결과가 유럽의 평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반대로 그 결과는 유럽을 이 부당한 전쟁의 훨씬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국면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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