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정치 복원해야

홍성걸 /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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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홍성걸 /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개월이 넘어가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시계는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서 있다. 제정을 둘러싼 여야와 유가족들 간의 입장 차이로 19대 하반기 국회는 5개월을 허송하고도 희망 없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굴 위한 정치이고, 무엇을 위한 국회인가?

세월호 참사는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었고 참을 수 없는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러한 참사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특별법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에 이견이 있다고 해서 모든 국정을 중단하고 그것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모든 국정을 중단시키고 있다. 하반기 국회가 시작된 지 5개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국회는 단 한 건의 법률안도 통과시키지 않고 있고, 국정감사는커녕 결산과 예산심의도 하지 않은 채 전면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미 19대 국회는 그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야당에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것은 여야가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야당은 원내에서 토론하고 협의해야 할 국회의원들을 운동권 학생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작년에도 150일이 넘도록 거리에서 천막당사를 세우고 투쟁하다가 무엇 하나 얻어낸 것 없이 슬그머니 국회로 다시 들어갔었다.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당이라고 이러한 국회파행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특별법에 의해 구성될 조사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대화를 통해 그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경주했어야 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당당히 국민 앞에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할 때 돌아올 수 있는 비난이 두려워 우물쭈물한 것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했음에도 눈앞의 지지도에 연연하는 모습은 비겁하기까지 하다.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야는 물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권 인사들에게 국민 앞에 당당하고 품격 있는 정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김현 의원이 했다는 “내가 누군 줄 아느냐?”는 발언은 정치권 인사 모두의 특권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수퍼 갑질에 익숙해 있으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 것을 국민들이 진정으로 받아들이겠는가 말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육두문자를 써 가면서 비난하는 정치인들은 또 어떤가?

10월을 목전에 둔 지금, 천금 같은 시간을 한 달이나 낭비했음에도 일부 강경파들은 또 다시 장외투쟁을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의원직을 사퇴하고 운동권으로 돌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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