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과 식물국회

이재창 / 15, 16, 17대 국회의원
발행일 발행호수 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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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 15, 16, 17대 국회의원

국내외적으로 다사 다난한 이때 대한민국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국회가 앞장서야 할 절박한 상황임에도 국정의 중심기관인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속에 한치도 나가지 못하고 파행만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정치문화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문제점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정치는 다른 의견과 이익의 충돌 사이에서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양보하고 최대공약수를 찾아 타협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Win-Win)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현실은 승패에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타협이 어렵고 결국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둘째,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이다. 제18대 국회에서 국회법 제106조의 2항을 신설하여 무제한 토론제를 도입하였다. 이를 흔히 ‘국회 선진화법’이라고 한다. 그것은 이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국회에서 안건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물리적 충돌과 폭력의 난무를 막아 국회의 품위를 지키고 제발 싸우지 말라는 국민들의 질책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받아들인 것인데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은 어떤 의안이 본회의에 부의되었을 경우, 재적 의원 3분의 1의 서명을 받아 의장에게 제출하면 회기 동안 시간제한없이 무제한 토론을 벌일 수 있고, 이를 중간에 종결 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의 의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야 합의 없는 세월호 특별법안을 본 회의에 상정할 경우 야당에서 야당의원 100명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이 실시되면 회기 중 계속 토론이 이어져 표결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토론을 종결시키려면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인 18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 여당의원은 158명이니 토론종결 후 표결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니 야당이 반대하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따라서, 비록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법안을 여당만으로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 제도는 토론과 타협의 의정문화가 정착된 나라, 미국연방제와 같이 주(州)간 인구 규모가 차이가 심한 나라에서 소수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나라에서는 장점이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문제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제도는 우리나라 헌법 제49조와 국회법 제109조 의결정족수 규정(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의결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이제 여·야가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여 이제부터는 정쟁이 아닌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국회’를 만들어 산적한 국정현안을 조속히 다루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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