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민들’의 분노

김동규 / 고려대 명예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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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김동규 / 고려대 명예 교수

지난 1월 아프리카의 튀지니에서 시작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라는 이름의 대중봉기는 정치적인 반독재 민주화의 시민혁명이라면, 지난달부터 미국 뉴욕시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유럽과 가까운 일본과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 그리고 서울에까지 번지고 있는 시민집회는 경제적인 자본분배의 불공정성과 불공평에 대한 불만이 분출된 정의사회 구현의 시민혁명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중심의 재스민 혁명은, 현대문명의 발달된 정보기술과 보급으로 국내외 정보공유의 보편화에 의하여 국민들의 정치적인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보편가치적인 도전에 대하여 장기적인 사회주의적 독재정권의 낡은 가치가 그 응전력을 상실하면서 한계점을 노출하게 된 결과라고 본다면 현대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산이기도 한 미국 뉴욕시 한복판에 자리한 월가를 점령하자는 구호 아래 미국시민과 정치인과 지식인들까지 합세하면서 그 여세가 지금 세계적인 자본주의적 선진국으로까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음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가치관이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자본(재화)의 무한한 탐욕적 소유욕을 기업윤리나 공동선으로 절제하지 않았거나 자본축적의 수단이 불공정하여 부당하게 부의 편제가 제도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난한가 부자인가에 대하여는 분노하지 않는다. 부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불공평하게 분배될 때 분노하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자본주의 발달 4단계론에서 최종단계인 인간의 얼굴을 가진 ‘따뜻한 자본주의’를 기준으로 보면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이나 영국도 전단계의 수준에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선진국들의 자본시장이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 선과 악은 없다’는 ‘정글의 법칙’은 극복됐다고 하더라도 자본가들의 기업적인 윤리지수가 극히 낮아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데 다수 시민들이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사회에서도 금융계를 중심으로 이미 시작된 자본배분의 불공정성과 불공평성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고 현명하게 극복하여 자유민주주의 정치발전과 함께 건전한 시장경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시민들에게 불만의 불씨를 제공하는 금융정책부터 개혁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CEO들의 년봉과 이익배당율에 대한 상한제를 정하고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로 은행에 투입된 정부의 구제금융에 대한 상환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집행해야만 할 것이다. 고객 상대로 일방적인 예대마진율과 높은 각종 수수료로 은행이 수익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면 이것은 고리대금업과 다를 바 없다.

한말로 세금 내어 살려준 국민들은 쪼들린 살림살이로 고생하고 있는데 빚쟁이들은 그 돈으로 돈을 벌어 빚 갚기보다 자기 주머니부터 채우는 돈 놀음을 하고 있는데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분노는 재벌기업에까지 번질지도 모른다. 북한에는 정치적인 재스민혁명이 절실하다면 남한에는 경제적인 재스민혁명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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