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세습과 동북아 정세

문순보 /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발행일 발행호수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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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보 /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우여곡절 끝에 북한의 3대 세습이 가시화됐다. 북한의 3대 세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그들의 국호가 무색하리만치 반민주적이고 후안무치한 왕조체제 구축 시도라 할 수 있다. 북한은 3대 세습 과정을 통해 폐쇄적인 고립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시사했을 뿐 아니라 대외정책 기조에 있어서도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을 암시했다.

지난 9월 28일 북한은 제3차 노동당대표자회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북한은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을 사실상의 후계자로 대내외에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3대 세습의 연착륙(soft landing)을 위해 김정은의 지지기반으로 기능할 엘리트들도 대거 충원했다.

그러나 개혁ㆍ개방을 시사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인적 개편의 규모가 컸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새로 발탁되거나 중용된 면면을 볼 때 개혁 성향의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44년 만에 열린 북한의 노동당대표자회는 3대 세습을 통한 ‘김씨 왕조’ 구축을 위한 기반 다지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포통치를 통한 주민통제에 기반하여 기득권을 향유하는 북한 정권에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일말의 개혁ㆍ개방 조치의 출현을 기대했다는 점은 순진한(naive) 망상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현 체제의 유지와 존속을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외전략 역시 전술상의 변형은 있을지언정 큰 틀에서의 기조는 변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우선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없음을 국제사회에 공식천명했다. 이 점은 당대표자회 바로 다음날인 9월 2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행해진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의 언급에서도 나타났고, 영변 핵시설 복구 및 시설 유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명징된다. 이는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대외관계에 있어 개선보다는 대결 구도의 지속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기존의 우호관계를 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후계세습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묵시적인 지지와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ㆍ안보적 이해관계에 따라 김정은 3대 세습과정에서도 북한은 친중노선에서 일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동북아 정세는 북ㆍ중 대 한ㆍ미의 대결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 전망 역시 현재로서는 그리 밝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정부에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를 비롯한 유화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분명히 전제해야 할 대목은 북한의 진정성 여부다. 핵무기를 폐기할 의지가 전혀 없는 북한이 과연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진솔하게 바라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위장평화 공세일까?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진정한 태도변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의 물샐 틈 없는 공고한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압박해야 하며 북한이 거기에 응할 때만이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서는 안 될 것이다. 설익은 민족공조는 독 묻은 사과일 수 있고, 감상적인 안보의식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칙(empirical law)으로 잘 터득하고 있다. 안보라는 개념엔 어떠한 유연성도 개입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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