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론에 대한 고찰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 소장
발행일 발행호수 2324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 소장

매년 3월 22일은 물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서 언론은 연례행사처럼 우리나라 물 문제를 다루곤 하는데 여기에는 ‘물 부족론’이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물부족론을 주장하는 주로 정부측 인사들은 우리나라가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는 점을 근거로 드는 것이 보통이다. 보다 세련되게는 우리 정부가 매10년마다 수립하는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 향후 연간 8억톤의 물부족을 예상하고 있다는 지적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부족론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댐 건설과 광역상수도 설비 확대를 요구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점에 대해서 일부 환경단체들과 진보적 연구자들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인구 1인당 물사용량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고 있으며 물사용량 또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여 댐 건설과 상수도 설비의 확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4대강살리기 사업 역시 수자원 확보를 그 중요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는바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격렬한 데에는 이런 물부족론에 대한 심각한 견해 차이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물부족론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부와 환경단체 사이에서 과연 어느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우리 국민이 현재 물 공급과 사용에서 실제로 부족과 불편을 일정 부분 느끼고 있다면 물부족론이 크게 힘을 받을 것임에 분명하다. 앞으로의 기후변화가 보다 빈번한 가뭄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설령 지금은 물부족을 크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댐 건설을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크고작은 여섯 차례의 가뭄을 겪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01년과 2008년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대다수 도시민들이 주로 4대강에 건설된 댐과 광역상수도의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수자원 수급 사정으로 볼 때 물부족론은 새로운 댐 건설과 상수도 설비를 요구할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해도 좋겠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앞으로 한반도에 강수량 부족을 몰고 온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강수량 기록을 살펴보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최근 날씨에서도 예감할 수 있듯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오히려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된다면 강수량 감소가 초래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우리 생활이 점점 더 풍족해지면서 용수사용량도 더 늘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물부족론은 여전히 살아있는 화두이고 우리는 미래의 물부족에 대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물부족을 예상해서 대비하는 것은 마치 교통사고에 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부자는 값비싼 보험료를 지불하면서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고 가난한 사람 역시 나름대로 보험에 드는 것이리라. 물부족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비싼 보험료를 낼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 국민과 국가의 주머니 사정에 달려있는 문제인 것이지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것이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