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의 기대와 우려
남주홍 /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정치학 박사남과 북이 이달 말 평양서 제 2차 정상 회담을 갖는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가 북측이 수해를 핑계로 느닷없이 연기를 요청해와 10월초로 일정이 다시 잡혔다. ‘우리 민족끼리’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양측 지도부가 용단을 내렸다는 것이니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나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합의한다면 이는 적극 환영할 일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통일을 반대하거나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간 정치·군사적인 분단 대치 구조가 반세기가 훨씬 넘게 지속되온 만큼, 만남의 성격과 현안 타개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분단의 상혼이 더 깊어지는 후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6월의 1차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실험을 단행하고 탄도 미사일을 발사 했으며 서해교전까지 일으키는 등 무모한 도발을 서슴지 않아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합의된 정상회담은 그 시기와 장소 및 의제에 관해서 기대보다는 솔직히 우려가 앞선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시기적으로 정권 임기말 지극히 정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 정부는 정상회담 한 건으로 대선판도도 뒤바꿀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도대체 실질적 임기 석달 남짓을 남겨둔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회담 의제가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0년간 안으로는 극심한 보수·진보 세력간 사상적 내전과 국가 정체성 위기가 초래되고 밖으로는 한미동맹이 이완되는 등 국제 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북핵 공갈로 안보위기가 고비 고비를 돌아가고 있는데 모처럼의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가 사전 합의 안됐다는 것은 그만큼 모험적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한마디로 이번 회담이 졸속으로 급조되었으며 장소를 평양으로 한 것도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아닌 김정일 알현의 상례화라는 오명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회담이 그나마 성과를 내려면 다음의 몇 가지는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안보회담이 되어야지 추상적인 통일회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즉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 합의가 이루어져야지 또다시 6·15 선언 같은 정치적 논쟁거리만 생산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대북지원을 약속하더라도 반드시 북한의 개혁, 개방 같은 내부변화를 대전제로 해야한다. 즉 공짜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한다. 또한 우리가 쌀과 비료를 무상으로 더 주는 한이 있어도 북은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나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등으로 화답하게끔 해야한다.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의 도발적인 대남 적화노선의 포기와 그 수단인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폐기, 그리고 공작적인 대남 선전선동의 중단에 초점을 맞춘 당근과 채찍의 정책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통일부장관의 ‘NLL반성’ 망언과 청와대의 북핵의제 과소평가 움직임 등을 볼 때 이번 회담의 전도가 지극히 불길함을 솔직히 저버릴 수가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