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 이대로 괜찮은가?

곽태원 /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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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원 /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재작년 말부터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 각국은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으로 대응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재정수지의 급격한 악화와 나라 빚의 급증 등 이른바 재정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 각국의 실정이다. 특히 최근 그리스를 비롯하여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이태리 등 유럽 중견 국가들의 재정위험이 부각되면서 나라 빚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심지어 영국까지도 위험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괜찮은가?

국가채무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 기간이었다. 1997년에서 1999년까지의 기간 동안 국가채무가 4배 이상 급증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그 뒤로도 국가채무는 꾸준히 증가하여오다가 지난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확대정책으로 다시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라 빚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OECD국가들의 평균치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국가채무의 크기는 GDP 대비 비율로 비교하는데 2009년 말 현재로 이 비율의 OECD 평균은 거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30%대 전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단 이런 숫자들을 가지고 우리는 아직 괜찮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보아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국가부도가 우려되는 사태가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서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가 문제로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의 재정운용구조나 경제상황 그리고 국민의식 등 모든 면에서 이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스처럼 나라가 위험에 빠져서 정부가 임금 동결을 하겠다니까 노조가 파업으로 응답을 하는 국민과 외채 문제가 불거질 때 자발적으로 집에 가지고 있던 금붙이들을 가지고 나와서 외채상환에 보태라고 하는 국민과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혹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라고 본다. 30년 혹은 50년을 내다 볼 때 우리의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성장잠재력의 둔화가 우리의 재정을 중장기적으로 압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다. 국가채무가 줄어들려면 재정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성장잠재력 둔화를 수반하는 고령화는 재정지출의 급증과 재정수입의 감소를 가져온다. 세율을 올리고 세정을 강화한다고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조치들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세금의 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조세를 효율위주로 개편하고 세율도 적절히 낮추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많은 세수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지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꼭 써야 할 곳에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재정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출이 효율화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새로운 복지제도의 도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기존의 복지제도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정비,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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