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과 남북관계 바로 세우기

제성호 /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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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6차례나 열렸으나, 결국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회담은 ‘사실상 결렬’ 됐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북한은 공단 파행(跛行)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 방안을 제시하라는 우리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측 수석대표는 오히려 회담 직후 우리 기자실을 예고 없이 불쑥 방문해 “개성공업지구 운명이 파탄나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의 태도라고 할 만하다.

여기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경위를 돌이켜 보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4월 8일 일방적으로 북측 인원의 철수를 전격 발표하자, 이튿날부터 무려 5만3천여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공단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이 일제히 중단됐다.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이 우리측의 연례적인 합동군사훈련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석 달간 입주기업들은 1조566억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7월 10일 입주기업들이 완제품·원부자재 및 설비를 절차를 밟아 반출할 수 있게 됐지만, 이미 납기가 지난 완제품을 내다팔지 못해 창고보관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자꾸 발생한다면, 개성공단은 유지되기 어렵다.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정치·군사적 외풍에 영향을 받지 않고 경제논리에 따라 경영하려는 남북한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긴요한 요소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측이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다시는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되지 않고, 국제기준에 따라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것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는 물론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선결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선 개성공단부터 재개하고 재발방지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풀어가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불안정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또 일단 가동을 재개하고 나면 북한의 유사사태 재발방지를 보장할 제도는 거의 없다. 종국에는 북한의 개성공단 인질화, 즉 우리측 인력, 완제품과 공장시설의 운명, 나아가 개성공단 가동의 자의적 중단과 재개를 전적으로 북한측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사회의 룰과 원칙이 통하는 방향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타당하다. 북한이 끝내 재발방지 보장 및 피해 구제책 제시를 거부한다면, 개성공단 사업을 우리가 먼저 접는 결단도 배제해선 안 될 것이다. 이제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지양하고, 대등성과 상호성 등 곧 원칙과 신뢰가 확보되는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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