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뭇잎 하나
이효성(동화작가)눈썹이 가느스름하고 날씬한 송이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누가 부르는 듯해서요. 뒤돌아보니, 옆반 아이 정옥이였어요. 두 아이는 1, 2, 3학년 때까지 같은 반이었으나 4학년이 되어서 갈렸답니다.
송이는 정옥이가 새 책을 사왔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생일 선물로 받은 동화책을 빌려주었는데, 글쎄 기어 다니는 제 동생이 가운데를 좍 찢어서 스카치 테잎으로 붙여 가지고 왔지 뭐예요. 때문에 어제 그 책을 팽개치고 새책으로 사오라고 막 화를 냈어요.
달려온 정옥이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어요.
“나, 내일 갑자기 다른 학교로 전학 가.”
“전학?”
“그래서 너한테 새 책 사 주려고 청소부(환경 미화원) 아빠한테서 돈 타 가지고 왔어.”
송이는 빌려간 책을 그냥 달라고 했어요. 정옥이는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그것을 책가방에서 꺼내 주었어요.
집으로 돌아온 송이는 찢어진 책의 페이지를 펴보았어요.
‘어? 이게 왜 여기에 들어 있지?’
빨간 나뭇잎 하나가 끼워져 있었던 거예요. 송이는 얼른 정옥이네 집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네가 수집한 낙엽이 내 책 속에 끼워져 있어. 가져가.”
“응, 그거 너 주고 싶어서…… . 오늘 내 책상과 영영 이별하기 싫어서, 아이들이 다 가고 난 뒤 한참 앉아 있었는데…… . 그게 창문으로 날아 들어왔어.
그거라도 너 주고 전학 가면 안 되니?“
“차암 예쁘다아. 복스런 네 볼처럼 발그레하고…… . 이거 보면 나 네 생각 막 날 거야…… .”
송이는 목이 메어서 말끝을 잇지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