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신뢰의 구축 방법

강수돌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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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자본주의 기업 경영에 있어 노사관계는 매우 복잡한 이슈이긴 하지만, 그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마디로, ‘상호 신뢰’다. 문제는 실천이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상호 신뢰를 쌓는 첫 방법은 노사 합심으로 위기를 이기려는 결단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 경제 위기는 노사가 합심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진 배를 구원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했다. 예컨대, 최근 들어 임금동결이나 삭감으로 노사 간 합의를 이룬 사업장이 크게 증가했는데, 위기 극복 의지를 공유한 결과다. 노동부가 2009년 6월 말 현재 임금교섭을 타결한 100인 이상의 2,451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노사가 고용보장에 합의한 대신 임금은 불과 1.4% 인상하기로 했다. 노사화합선언 사업장도 749개에서 2,678개로 3배 이상 늘었다.

둘째 방법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다. ‘감동 경영’이다. 상호 교감이 이뤄진다. 사용자는 노조를 인정하고 경영의 파트너로 존중할 필요가 있고, 노동자는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상대의 원천 부정은 어떤 대화나 협상도 불가하게 만든다. 대개 노조를 ‘투쟁’ 조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것은 대화나 협상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을 경우에 해당된다. 대화나 협상을 성실과 신의의 원칙에 의해 이행하지 않으면 불신이 증가한다. 극한 상황까지 갔던 쌍용자동차에 비해, 9월 12일, 장기간 교섭 끝에 원만하게 합의에 이른 금호타이어는 노사 간 자세가 달랐다. 특히 사측이 비교적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

셋째 방법은, 노사 각자가 한 번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일이다. 임금, 고용, 시간, 이익 분배 등 모든 이슈가 해당된다. 대개는 노사 간 공식 약속인 단체협약을 맺어 놓고도 사측이나 노측이 합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하기 때문에 극한 상황이 초래된다. 일례로, 전교조와 교과부 사이에 맺어진 단체협약을 교과부나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키지 못하겠다고 함으로써 장기 투쟁이 일어난 바 있다. 반면 유한킴벌리의 경우, 상황이 급박했던 ‘IMF 사태’에조차 노사 간 고용안정을 지키고 오히려 위기를 노동의 질 향상에 활용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넷째 방법은 노사 간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에 공동 참여하는 일이다. 오랜 노사관계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노동부의 한 관계자도 “노사협력 사업장이 되기 위해서는 기밀로 분류되지 않는 모든 정보를 노사가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대로 회사의 인사, 재무, 생산, 판매 상황을 노동자들에게 잘 알릴 필요가 있다. 특히 잘 나갈 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과를 공정 분배한 경험이 많을수록 어려운 시기에 노사 신뢰와 합의 도출이 쉽다.

노사는 상호 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평소에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위기 국면에서조차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고 관계도 증진할 수 있다. 실천 없이 신뢰 없고, 신뢰 없이 합의 없다.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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