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의 전쟁

장광선 / 시온입사생(경성대4)
발행일 발행호수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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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일찍이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이 모든 시간을 바쳐 ‘내가 그 분야의 일인자다.’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내가 모든 시간을 헌신할 일을 항상 만드는 것이 시간을 알차게 쓰는 지름길일 것이다. 똑같은 시간 안에 살고 있지만 저마다 사는 모양이 다른 것은 시간과 자신을 어떻게 다루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우리 입사생들도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입사생은 처음부터 ‘멀티플레이어’인지도 모른다. 일하며 공부하는 조건으로 입사한 것이므로. 나도 일단 이 곳을 소망하고 입사한 이상 이미 이렇게 정해져 있는 이 조건을 어떻게든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것을 지키는데 가장 큰 관건이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로는 언제나 핑계일 뿐 대답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잠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들을 잘 사용하기로 했다.

시간을 다루는 것은 경영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만큼 분할하며, 주력 사업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마진을 철저히 계산한다. 우리에게 주력 분야는 확실하다. 예배, 일과 공부. 여기에 나는 아낌없는 열과 성의를 다하려 했다. 항상 긴장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체크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이 마진(margin), 즉 자투리 시간이다. 오고가는 길거리에서, 화장실에서, 차안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에, 잠시 쉬는 시간에, 빨래하고 탈수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공허하게 보낼 시간은 없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 자투리 시간을 다 합쳐보면 하루의 반나절이나 된다. 조각이 합쳐지지 않으면 그림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숨 돌릴 겨를 없이 바쁜 일과
그것을 끝내고 나면 그 과정 중에
내가 능력면에서나 정신면에서나
한 단계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 몸으로 맞이해서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부득부득 바쁘게 하루를 채워 보냈을 때 우린 작은 여유에 감사할 수 있고, 의식의 죄의 근본인 상념이 적어진다. 그리고 뭔가 많이 노력했었다는 기억은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된다. 숨 돌릴 겨를 없이 바쁘게 주어진 무엇을 끝내고 나면, 그 과정 중에 내가 능력면에서나 정신면에서나 한 단계 발전했다는 느낌이 든다. 중요한 것은 ‘이루었음’이 아니라 ‘이루어 보았음’이다. ‘이루어 보았음’의 성취감과 경험이 내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는다. 그냥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일상이 아니라, 같은 일에서도 새로운 요령을 터득하고, 지나가는 같은 길에서도 자연을 배우며, 하나님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도 의미를 부여할 때 우리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또 새로운 시간들이 다가온다. 누구나 이 새로움이란 이유만으로 마음이 설렐 것이다. 그곳엔 언제나 가능성이 있기에. 힘든 순간들도 수없이 많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깨가 있다. 새해에는 우리가 짊어진 희망들을 하나하나 실현할 수 있는 알찬 한해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작은 일도 성실히 행하고, 모든 사람들도 마음으로 대하여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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