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 관장 편 ③ 우리 작은 불을 켜서

발행일 발행호수 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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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우당탕탕”
뭐가 좋은지 시끄럽게 떠들며 놀고 있는 아이들. 토요일 말씀공부를 마치고 퀴즈대회를 했다. 1등한 민주에게 상을 주려고 같이 대형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아이들이 교회에서 자고 싶다고 한다.

우리 애들은 이렇게 말한다. “관장님 집에서 자보고 싶다…” 귀엽다. “그럼 오늘 잘까?” 나는 원래 아이들을 옆에 두고 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얘기가 잘 되면 교회에서도 잘 재우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즉석에서 재우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하던 말씀공부도 좀 더 하고 아이들끼리 더 친해 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들은 신이 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허락을 받았다. 사택으로 돌아와서 아까 하던 말씀퀴즈를 계속 했다. 10문제를 내고 다 맞추면 과자, 수첩을 선물로 주었다. 애들은 계속 하자고 난리다.

저녁 먹을 시간. 밥을 하고 마트에서 사온 통구이 치킨을 놓고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상에 끼어서 둘러앉아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운다. 저녁을 먹으니 또 설거지가 산더미. 이야 정신이 없다. 선미랑 지혜랑 번갈아 가면서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옷이다! 갈아입을 옷이 없다. 차마 그 생각을 못했다. 장롱을 뒤져서 옷 8벌을 찾아서 입혔다. 재미있는 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내 옷이 다 맞는다는거다. 우리 귀염둥이 1학년 하정이는 반바지를 입혔는데 발목까지 오고 팔은 길어서 걷어주었다. 그래도 티가 품이 맞는다.
“하정아… 왜 관장님 옷이 너한테 맞는거지?” “이 나온 배는 뭐야?” 옆에서 아이들이 웃는다. 조용히 말한다. “나두 알아요.”

지난 송년회 때 하나님께 약속 드리는 글을 썼는데 하정이가 이렇게 썼다.
“하나님! 저는 예배시간에 자꾸 헛짓을 하게 되어요. 안 하려고 하는데 자꾸 헛짓이 나와요” 자꾸 딴짓을 해서 몇 번 지적을 받더니 그렇게 썼다. 딴에는 노력하나보다. 그래도 솔직한 아이들을 하나님께서 보시면 얼마나 예뻐하실까 싶다.

“관장님… 내일 양말은 어떡해요?” “어? 양말… ”
소쿠리에 양말을 다 걷었다. 빨아서 말리면 내일 신을 수 있겠지. 양말을 걷는데 먼지가 나서 내가 피했더니 애들은 또 신난단다. 애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아! 칫솔.” 있던 칫솔을 찾아서 다 꺼냈다. 그냥 재우려니 필요한 게 한두개가 아니다. 씻는데도 백만년… 누워 있는 애들 얼굴에 로션으로 점을 찍어주고 겨우 재웠다. 다 씻고 자기들끼리 말씀퀴즈 하고 드디어 10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새벽 4시 반 새벽예배를 드리고 애들은 또 안 잔다. 아마 집에 가서 뻗으려고 하나보다.

도저히 아침을 혼자 준비하긴 무리일 것 같아서 아이들과 아침을 만들기로 했다. 한 팀은 유부초밥, 한 팀은 주먹밥. 만들어 놓기가 무색하게 유부초밥과 주먹밥은 아이들 입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자라고 해도 잠을 자지 않아 고등학생 선미가 애들을 방에 눕혔다.
“자라~ 안 자면 이따 아침예배 때 졸려”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예배를 드렸다.

‘우리 작을 불을 켜서 험한 바다 비추세’ 이 찬송을 부르는데 눈물이 났다. ‘이 아이들이 작은 불을 켜서 시온의 큰 일꾼이 되어 주어야 할텐데… 언제 크나 싶기도 하고…’
예배를 마치자 민정이가 말한다.
“관장님. 아까 예배 드리는데 관장님이 우시니까 코가 시큰했어요”

이날은 없었지만 주리도 1월 축복일에 가서 하나님 찬송을 하는데 처음 맡아본 귀한 향취가 나더란다.

아이들이 자고간 자리가 무슨 전쟁이라도 치른 듯 어질러있다. 치우고 또 치웠는데도 복구가 안 된다.

그래도 시끌시끌 떠나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아이들과 힘을 합쳐서 언제나 작은 불을 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역자가 되고 싶다.◆

/전주교회 학생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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