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窓 인사이드] 이청환 공판 방청기2- 모든 사람을 아연 실색케 한 너무도 태연한 거짓말

임종기 / 시온합섬(주) 전무
발행일 발행호수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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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모범가장의 이중생활. 그의 거짓말은 너무도 교묘하여 사람들이 쉽게 속아넘어갔다.

2010년 3월 5일 오전 10시, 부산지방법원 351호 법정에서 이청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수사 끝에 구속 기소된 이청환이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22개월의 긴 수사기간 동안 이청환은 지능적으로 회피하고 지연 시키는가 하면 자신은 죄 지은 것이 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재판이 개정되자 법정 오른쪽으로 난 피고인 출입문으로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이청환이 끌려 들어왔다. 재판장이 피고인 이청환과 김은복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물으며 본인 확인절차를 마치자, 검사가 횡령, 문서위조, 외감법 위반, 사기 대출 등의 범죄사실이 기재된 공소장을 읽어 내려갔다.

검사가 공소장 낭독을 마치자 이번엔 이청환의 변호사가 일어나서 이청환에 대한 변론을 시작했다. 이청환의 변호사는 재판장을 향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했다. 그의 변호사는 “이청환은 횡령, 분식회계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하며, 이 사건은 신앙촌에서 조작한 사건으로 이청환은 희생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청환은 전면 부인(否認) 작전으로 나온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방청석에서는 너무도 뻔뻔한 이청환의 진술에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히다는듯 탄식이 흘러 나왔다.

모든 범죄 사실이 밝혀지고 증거까지 명명백백함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이청환의 모습에 나는 다시금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이 순간에 이르러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애초에 이청환에게 인간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보통 사람의 거짓말은 금방 들통이 나지만
희대의 사기꾼의 거짓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간다.
그만큼 고도로 교묘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훈이 ‘청렴 결백’이라 하여 사람들을 웃겼다.

대표이사로 20년간을 재직하면서 자기가 경영해온 회사가 계속해서 적자가 나는 것을 흑자가 난다고 주주들과 은행을 속여서 마침내 회사가 거덜이 나 부도가 나게 하여 수많은 종업원들과 주주들, 거래처에 깊은 고통을 준 자가, 어떻게 자신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없겠거니와 한다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청환은 보통의 인간이 아닌 것이다. 희대의 사기꾼은 거짓말을 해도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 위험이 매우 크다.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재판부가 혹여 속으면 어떡하나 속으로 애가 타기 시작했다.

이청환은 자신이 왜 굳이 분식회계를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재판장에게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 있는 화목한 가정의 ‘모범 가장’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기 집의 가훈(家訓)은 ‘청렴과 결백’이며 자신의 신념은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태연히 진술하여 사람들을 실소케 했다.

나는 그의 낯 뜨거운 이중인격에 전율하면서 그의 실제 모습을 재판장님이 아셔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의 참 모습은 H모 사장의 진정서에 나타난 대로, 매일 밤을 주지육림에 빠져서 여자를 여러 명씩 갈아들이고 진주의 김모 여인, 일어강사 모 대학생 등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자만도 여러 명인데 모범 가장이라고 뇌까리다니… 그리고 뭐 ‘내 생활 모토는 남에게 폐 안 끼치는 것’이라고? 오리엔스의 부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기꾼이 말 한번 잘한다. 저 놈의 정체를 반드시 재판장님이 알아야 하는데, 속으시면 어쩌나 나는 등에 진땀이 났다.

그리고 이청환의 운전기사였던 황규업의 진술이 생각났다. 황규업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던 것이다. “이청환은 부산 해운대 설탕 룸살롱, 해운대 두꺼비 룸살롱, 해운대 노래방, 기장 주점 등에 매일 밤 드나들었습니다. 2006년경부터는 진주에 자주 내려갔었는데, 진주 MBC 앞까지 가면 어떤 여자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나와 이청환을 태워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이청환을 태우고 나왔습니다. 이청환은 나중에 그 여자를 회사에까지 데려와서 구경시켜주기도 하였습니다. 차 안에서 일본어 개인선생이라는 젊은 여자와 통화하는 것도 자주 들었습니다.”

이청환의 거짓말은 3월 16일 열린 공판준비 기일에서도 계속되었다. 이청환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사람들이라며 여러 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이곳 저곳에 사실조회 신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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