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窓 인사이드] 이청환 공판 방청기 (1)

'거짓은 정의 앞에 반드시 꺾인다'
발행일 발행호수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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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1.부산지방법원 전경. 이곳 301호 법정에서 이청환의 공판이 진행됐다. 2. 이청환 공판 방청자 임종기씨(시온합섬 전무)

오리엔스(주)의 대표이사로 20년간 재직하면서 경영부실로 인한 적자를 분식회계로 화장하여 흑자가 난다고 주주를 기망하고 은행에서 수백억 원의 사기 대출을 받아 편취해 온 이청환(전 오리엔스 사장)이 1심 법원에서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청환의 사기 행각으로 회사는 부도가 났고, 종업원들과 주주들은 졸지에 회사와 직장을 잃게 되었다. 이에 한을 품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5개월간에 걸친 이청환의 공판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았다. 방청자 중 임종기씨(시온합섬 전무)의 글을 싣는다.

2010년 7월 27일 오전 10시 부산지방법원 301호 대법정. 이제 막 이청환 피고에 대한 5개월간의 공판 대장정이 끝나고 선고 공판이 열리려 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족히 100여 평은 넘을 것 같은 넓은 대법정에는 정중앙에 재판장이 앉았고 좌측으로는 주심 판사, 오른 편으로는 배석 판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법원 서기와 녹음장치들이 있고 그 왼편으로는 검사석이 있었고 건너편 쪽으로는 변호인석과 피고인석이 마련돼 있었다. 다시 재판장석 정면 쪽으로는 방청객으로 가득 찬 방청석이 있었다.

재판장을 비롯한 주심 판사와 배석 판사가 입장하고 수갑을 찬 이청환이 교도관들에 이끌려 나타나자 방청석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10시 30분 드디어 재판장이 이청환을 바라보며 준엄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청환은 고개를 쳐들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검사는 기록을 넘겨가며 판결문 낭독을 경청하고 있었다. 방청석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법정이 넓어서 그런지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재판장의 판결문은 정신을 집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가 있었다.

이청환 범행 사실 전면 부인해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이냐
진실게임으로 공판 진행돼
3년 실형 선고에 만감이 교차

“(사기 대출 및 분식회계에 관하여) 피고인 이청환은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오리엔스금속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회사업무를 총괄하였던 자로서… 피고인은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회사의 경리 및 회계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으나 … 오리엔스금속에서만 20년 넘게 대표이사로 근무해 온 피고인이 회사일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 (횡령죄에 관하여) 피고인이 경리 담당자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였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며 피고인이 자금의 집행에도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오리엔스금속을 위하여 사용된 것이 아님이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자신의 횡령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치밀하게 짜맞춘) 답변을 한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 (문서 위조죄에 관하여) 피고인이 영수증의 위조를 지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 피고인으로서는 분식회계를 통하여 얻어지는 오리엔스금속의 과장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자신이 천부교 종단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익이 있다할 것이며 … 피고인의 무죄 주장은 스스로 모순된다. …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재판장은 이청환이 하는 변명들이 사리에 맞지 않고 서로 모순된다고 밝히고, 조용하나 단호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이청환에 대한 ‘심판’을 매듭지었다.
“피고인 이청환을 징역 3년에 처하고, 피고인 김은복을 징역 1년에 처하고 법정 구속한다!”
진실의 편이냐? 거짓의 편이냐? 과연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까 조마조마 하게 최후의 순간을 기다렸던 나는 재판장의 선고를 듣는 순간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3년의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거짓과 진실을 갈라 정의의 편을 손들어준 재판부가 진심으로 고마워 나는 나도 모르는 새 허리 굽혀 재판장에게 존경의 예를 표했다. 우리가 모두 애를 태울 만큼 진실을 호도하려는 이청환의 거짓말은 끈질기고 교묘하여 최후의 순간까지 안심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교단에서 이청환을 사기 대출, 외감법 위반, 횡령, 문서 위조혐의로 고소한 지 2년여 동안 이청환은 악랄하게 범행을 부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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