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보다 더한 ‘심판의 날’ 바이러스 온다

지난 4월 29일 인도의 코로나19 시신 화장터 모습. 동시에 여러 시신을 화장하면서 불이 위협적인 기세로 커지자 한 남성이 대피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신규 감염자의 93.4%를 차지하며, 알파·베타 바이러스를 뒤로하고 절대적인 비율의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8일(현지시간)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며 “미국에서 변이 바이러스끼리의 전투는 끝났다. 델타가 이겼다”라고 표현했다.

델타 변이의 전파력은 1명의 보균자가 5~9명 이상을 감염시킬 수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력이 2.5, 알파(영국) 변이가 4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네 배까지 높은 것이다. 델타 변이 감염자의 초기 체내 바이러스 농도가 우한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1000배 많다는 중국과 영국 연구 결과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했다.

백신도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접종을 끝낸 뒤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한 번 맞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바이러스를 분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 사례는 74%에 달했다. 아직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델타 변이가 감염력뿐 아니라 중증 발현도도 더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들의 경우 호흡 부전이 더 빠르게 나타나거나, 신부전증, 간 손상, 혈전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남미를 휩쓴 람다 변이도 미국에서 확산하기 시작해 전문가들은 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변이의 출현이 거듭될수록 바이러스가 진화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이렇게 자꾸 새로운 변종을 생산하는데, 한 사람이 같은 바이러스의 두 변이에 감염됐을 때 재조합을 통해 전혀 다른 돌연변이를 출현시킬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다음 변이는 스테로이드를 장착한 ‘스테로이드 델타’가 될 것을 우려한다고 미국 시사 잡지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 변이가 전파력도 치명률도 강해 ‘심판의 날’(Doomsday)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를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델타 변이 위험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파리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독재와 다름없다며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또한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로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던 목표가 델타 변이의 무서운 전염성으로 인해 어려워지자 ‘위드 코로나'(with corona)전략을 시행하는 나라들도 생겼다.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달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전제로 봉쇄정책과 감염자 추적, 신규 확진자 집계 등 기존 방역 조치를 폐기하고 검역 없는 여행과 대규모 사적 모임을 허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8월 2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2,155명을 기록했고, 환자 10명 중 9명이 델타 변이로 확인됐다. 정부는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방역태세 유지를 요구하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대응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것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