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권사의 병실을 방문하고
주일 낮 예배를 마치고 K권사가 입원하고 있는 영동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K권사는 처음에 고혈압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지낼 만큼 위급했으나 지금은 고비를 넘겨 일반병실에 와 있었다.
병실에 들어서자, 핏기없는 모습에 건장했던 거구의 옛 모습과는 달리 초췌한 모습으로 ‘바쁘신데 어떻게 오셨나요?’ 고마움을 표하면서, 평소에 눈물을 흘리지 않던 그가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관장님이 ‘기도문을 열심히 하면서 하나님만 의지하세요.’하고 간곡한 말씀을 하셨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굳은 결의를 하는 듯 하였다.
귀로에 K권사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가슴깊이 다가왔다. 공군의 엘리트 조종사에서 점보기를 모는 항공회사의 기장으로 살아온 인생의 역정은 사회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웠지만, 이제와서 그런 것의 허무함을 철저히 반추하고 있는 것일까? 명예도, 부유함도, 사랑하는 가족도, 가까웠던 친구도 인생의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직 나 혼자 내 팽개쳐져 있다는 고독함에 떨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직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를 구원할 유일한 존재는 하나님뿐임을 이제야 절감하는 눈물인가? 그리고 그 하나님을 내가 건강할 때 좀 더 완전한 나의 하나님으로 모시지 못한 회한의 눈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김민 / 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