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적 해법
김영웅 / 한국경제연구원장지난 6월 30일로 시행한지 2년이 된 이른바 비정규직 관련 법률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2년’이 바로 지난 6월 30일이었고 2년을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정부 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근로자들이 오히려 대량 해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하는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비정규직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취지는 근로자 고용 시에는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종용하는 것이지만, 기업이 이를 부담할 능력이 없어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용 기간 연장은 당장의 해고를 막을 수 있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단 대량 해고를 막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된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보호가 과도한 데서 생긴 기형적 산물이다. 정규직은 한 번 고용되면 해고 비용이 높고 노조 등으로 인해 임금도 높은 편이다. 기업은 정규직의 이런 높은 해고 비용과 높은 임금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철폐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시장은 물론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장은 인위적인 방해가 없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노동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고용보호를 철폐하자는 논리는 정규직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확보함으로써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보호 장치가 제거되면 근로자의 복지 수준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물론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가 완화되면 정규직 근로자들의 복지 수준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각 근로자가 지니고 있는 경쟁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고도 더 쉽게 되고 임금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규직 근로자들의 높은 복지 수준은 다른 근로자, 즉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삼은 것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 노동조합도 조합원의 복지 향상에는 기여하지만, 이들의 복지 향상은 비노동조합원을 희생하여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누가 근로자를 가장 잘 보호하느냐는 것이다. 노동조합 등의 고용보호 장치인가 아니면 시장인가? 어떤 형태의 고용보호 장치든지 이는 반드시 그러한 보호 장치에서 소외된 다른 근로자들의 복지를 해친다.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시장 경쟁으로 얻어진 근로자의 복지 향상은 어느 누구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에 대한 기업들의 경쟁으로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근로자가 가진 능력과 자질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은 물론, 종국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달성된다. 즉 근로자를 가장 잘 보호하는 것은 시장이지 고용보호 장치가 아니다. 고용보호 장치가 철폐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