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당번
이은실(여청) / 소사교회안팎으로 제단을 보살펴 주던 중앙의 큰 언니들이 여성회로 올라가면서 관장님께서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일마다 예배드리는 제단을 스스로 청소하자는 제안이셨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순번을 정해 한 주에 한 명씩 제단을 청소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차례가 되어 제단을 청소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지각하기 일쑤였던 주일예배에 그날만큼은 남들보다 먼저 가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드리고 관장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청소도구로 청소를 시작하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예배드리기 전 혼자 제단을 청소하는 일이 처음이라는 사실과 예배만 드리고 갈 때는 몰랐던 구석구석의 먼지들이 제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죄송한 마음에 한 달간 청소를 하겠다고 관장님께 말씀드리고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얼마 후 나 자신에게 너그럽기만 했던 마음이 얼마나 죄송한 일인지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천재 건축가라고 칭송되어지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금으로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를 하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참이 아닌 거짓을 찬양하기 위해 천재건축가와 수많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과 일생을 바쳐가며 짓고 있는 성당. 그 성당을 바라보며 거짓을 쫓아가는 그들의 어리석음이 안타깝고 더불어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들과 달리 참을 추구한다던 저는 겨우 제단청소를 하고 스스로를 칭찬했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두 달에 한 번 정도 제단을 청소하는 날이 다가옵니다. 제단을 청소하는 일이 스스로를 칭찬해야 할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다음 청소 당번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