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는 ‘청소년’, 90세 이상 ‘현역’ 수두룩
신앙촌의 장수노인들요즘들어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신앙촌 같은 장수촌은 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죽하면 신앙촌에서는 70대는 ‘청소년’이라며 노인 축에 끼워 주지도 않겠는가? 신앙촌에는 아직도 건강하게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우혜국 승사(94세, 신앙촌새마을금고 이사장)를 비롯하여 많은 노인들이 각종 봉사활동을 즐기고 음악과 미술을 배우는 등 보람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신앙촌에서는 이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실버학원인 은빛교실을 개설하고 있다. 90세 이상의 노인 몇 분을 모시고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건강하고 보람있게 하는가를 들어 보았다.
“먼 곳에서 왔는디 식사는 하고 오셨소? 고생하요.” 기자 손을 붙잡고 반갑게 맞아주는 강봉임 권사(91). “기자양반 온다구 해서 오늘은 안 나가고 종일 집에 있었소” 라며 과일을 내온다.
산나물을 중심으로 하루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강 권사는 2004년 5월 신앙촌에 들어왔다.
“새벽예배 드리고 와서 아침 먹고 9시까지 1440번씩 기도문을 외우는디 신앙촌 들어와서 하루도 안 빠지고 하는 중요한 일과여. 그러고 나면 운동 삼아 풀도 뽑으러 가고 일주일에 한 번씩 은빛교실에 가서 노래도 배우고 종이접기도 하고 수퍼 가서 장도 보고 은행도 가고 90살 난 할머니여도 할 일 많제.(웃음)”
강 권사는 1957년, 종갓집 맏며느리로 대식구의 살림을 하면서 생긴 무릎과 어깨의 신경통이 돈암동 전도관 집회에 참석한 후 교인 가정 심방 예배에서 불성신을 받고 나았다고 했다.
“종갓집 맏며느리라 젊을 때부터 하루 3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어. 소사신앙촌에서 소비조합 할 때도 그랬고… 담방담방 거리면서 자꾸 움직여서 그런가 시방도 자꾸 뭐라도 해야지 가만히 있는 건 못혀~”
요즘도 새벽예배를 마치면 신앙촌 산책코스를 한 바퀴 돌고 온다는 강 권사는 “신앙촌에 살면서 더 건강해졌지. 걸어가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하나님께 어찌나 감사헌지…”라고 했다.
올해 97세, 함타곤 권사의 생활 스타일은 한마디로 단순, 명료했다. 소식(小食) 등 절제된 식생활과 낙천적인 성격, 규칙적인 생활 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정해진 신체 리듬에 따라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는 생활이 함 권사의 건강비결이었다.
수면은 규칙적이었고 채식을 즐기는 편이지만 육류, 생선류, 국수, 과일, 젓갈 등 가리지 않고 고루 잘 먹는다고 했다.
함 권사는 얼마 전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온 뒤로는 신앙촌에서 만두도 빚고 김밥도 싸던 봉사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며 아쉬워했다.
초창기 부산 초량집회에서 처음 백합꽃 같은 향취로 하나님 은혜를 받은 함 권사의 소망은 “남은 여생 끝까지 하나님 따르며 사는 것”이라고.
1973년 기장신앙촌에 입주한 홍순은 승사(94)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새벽예배 가기 전 3시에 일어나서 반드시 체조를 해. 특별한 건 없고 그저 관절이 상하지 않도록 관절 오그렸다 펴기, 허리 돌리기, 팔 올리고 내리는 국민체조 비슷한 것인데, 기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철저히 지켜.”
홍 승사는 불로초를 먹었던 진시황제보다 그 불로초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신하들이 더 오래 살았고 매일 우유를 마시는 아주머니보다 그 우유를 매일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뼈가 더 튼튼하고 오래 산다는 얘기가 있다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식사량도 저울로 잰 듯 거의 정확하다고 했다. 손님을 대접하느라 간식을 먹었다면 다음 식사 때는 어김없이 낮에 먹은 양만큼 덜어낸다. 철저하게 스스로를 통제하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짜게 안 먹고 맵게 안 먹고 소식하고 규칙적으로 먹어. 식사하고 요구르트 ‘런’을 먹은 뒤로는 더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안해. 참 좋아.”
한 달에 한 번 신앙촌 수퍼에서 물건을 저울에 달아 봉지에 담는 봉사활동도 10년 넘게 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번 은빛교실에 가서 배운 노래도 부르고 만들기 숙제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홍 승사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편안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60여년 전 30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얼굴에 큰 흉터가 생긴 뒤 늘 비관을 하며 죽지 못해 살았다는 김덕순 권사(90).
김 권사는 원효로 구제단에서 “얼굴이 곰보딱지 같아도 마음이 고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하나님 설교를 듣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새벽예배 가는 내내 하늘에 무지개처럼 찬란한 광채가 나는 것을 보고 의심하던 마음의 안개가 걷혀지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김 권사는 “하나님을 알게 된 뒤로는 늘 웃고 즐겁게 살려고 했어. 하나님께서도 늘 미소 지으라고 하셨잖아. 젊을 때는 비관해서 화도 참 많이 냈었는데 신앙생활하면서 모든 작은 일에도 감사한 마음이 생기더라구. 신경질이나 화를 내면 안 돼.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정신도 몸도 건강해져. 그래야 기쁘고 감사한 마음도 생기지”라며 웃었다.
평소 카레를 좋아한다는 김 권사는 새벽예배를 다녀오면 아침식사를 하고 빨래와 청소를 한 뒤 잠깐 잠을 자고 신문도 읽고 이따금씩 운동장에서 걷기 운동도 한다고 했다. 저녁 10시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하며 건강을 돌보는 김 권사는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