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까지 폭염, 다음날부터 물폭탄…“기상이변의 일상화”
올해 여름이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최악의 폭염으로 불리던 1994년과 2018년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기상청 데이터 분석 결과, 올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5.6도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더위가 가장 극심했던 8월에는 평균기온(27.9도)과 최고기온(33도), 최저기온(24.1도)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908년부터 기상 관측을 시작한 서울도 올여름 더위 기록을 새롭게 썼다. 올해 서울의 여름 평균기온 26.8도로 117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았다. 또한 서울은 34일 연속으로 열대야를 겪으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추석에도 더위는 식을 줄 몰랐다. 올해 추석 기온은 평소보다 무려 8~9도 이상 높게 기록되었으며, 9월 18일 서울 서남권에는 역대 서울에서 가장 늦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부산지역도 9월 19일 낮 최고기온이 34.7도로 측정되면서 역대 9월 중 두 번째 무더운 날로 기록됐다.
폭염과 열대야로 인한 피해도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0일까지 3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3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가축 100만 마리가 폐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돼지와 닭, 오리 등 117만 8,000여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30도에 이르는 높은 수온으로 인해 양식장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 사례도 많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27일까지 고수온으로 전국 양식장 어류가 조피볼락·강도다리·넙치 등을 포함해 2,65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전했다.
전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이 올여름 극한 폭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반도의 기온 상승 추세는 2000년대 이후부터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극한 폭염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여름이 가장 선선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던 폭염이 물러나자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졌다. 9월 21일 오후 전국 모든 지역에서 호우특보는 풀렸지만 전국을 할퀸 역대급 폭우로 7개 시도에서 1,5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9일 오후부터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전국적으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렸다.
이번 비로 경남 창원은 일강수량과 1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 모두 기록을 새로 세웠다. 21일 하루 동안 397.7㎜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2009년 7월 268.0㎜의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양이다. 또 1시간 동안 104.9㎜의 비가 내려 2009년 7월(102.0㎜) 기록을 깼다. 이는 2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다.
9월 일강수량 최고치 기록도 바뀌었다. 충남 서산에 20일 하루동안 221.8㎜의 비가 내려 1999년 9월 기록(180.3㎜)을 28년 만에 깼다. 전남 순천에도 같은 날 200.8㎜의 비가 내려 기존 2014년 9월 기록(179.5㎜)을 경신했다. 21일 내린 비로는 부산(378.5㎜), 거제(348.2㎜) 등 경남권 지역의 9월 일강수량 기록이 새로 세워졌다.
이번 호우로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에서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공공시설에서는 도로 침수 83건, 토사 유출 18건, 옹벽 붕괴 1건, 기타 27건 등의 피해가 있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싱크홀이 생기는 등 도로 파손이 있어 현재 원인 파악 및 복구 작업 중이다. 사유시설은 주택 침수 25건, 상가 침수 26건, 공장 침수 3건, 병원 침수 1건, 차량 침수 2건, 기타 23건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 논과 밭 등 농경지 4천116ha가 침수됐다. 소방에서는 37명을 구조했고, 배수 지원 331건 및 안전조치 1천753건의 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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