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이의 무지개 그림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성진이는 겨울방학 그림 숙제를 하려다 그림노트에 끼어있던 사진이 너무나 아름다워 무지개 색을 되뇌어 봅니다.
성진이는 지난 여름 방학 때 부산 기장에 있는 큰 아빠 댁에 놀러 갔었습니다. 바닷가 바위틈 새에 있는 새우 잡이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습니다. 급히 천막에서 소낙비를 피하고 나니 햇살이 바다를 비추는데 눈이 부셨습니다. 이때 큰 아빠가 “와~! 무지개 떴네.” 하시면서 손가락으로 무지개를 가리켰습니다. 성진이는 가리키는 쪽을 보니 큰 아빠 집 뒷산에 무지개가 둥그렇게 떠 있었습니다.
“와~! 정말 무지개다.” 천막을 나와 보니 책에서만 보았던 무지개가 산 보다 더 높게 떠 있었습니다. 설레이는 가슴으로 바라보다 색깔을 세어 봤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어~또 뭐더라 ”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빨리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큰 아빠! 무지개 색깔이 무슨무슨 색이예요?” “무지개 색? 일곱 가지잖아. 빠알, 주우, 노오, 초오,……”
큰 아빠의 손이 성진이의 손을 쥐고 하나하나 짚습니다. 그리곤 카메라를 꺼내 무지개를 배경으로 성진이를 찍었습니다.“자!~ 김치. 다음은 이쪽에서 찍어볼까? 멋있겠는 걸. 이 세상에서 무지개가 제일 아름다울거야. 그렇지?” 성진이는 양손으로 V자를 만들어 보입니다.
사진을 몇 장을 찍고 나니 무지개는 색깔이 점점 흐려져 사라졌습니다. 그러더니 언제 무지개가 산에 있었느냐는 듯 햇살을 쨍쨍 받아 더 푸르러진 소나무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무지개 사진은 서울 집으로 올라온 며칠 후에 편지로 받은 겁니다. 사진 뒤에 있는 큰 아빠가 쓴 편지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 봅니다.
‘성진아! 무지개를 배경으로 찍은 네가 너무 멋있는데? 그런데 무지개가 어디서 온 걸까? 하늘나라에서 왔을까? 지구에는 무지개보다 더 아름다운 색은 없으니깐 말이야. 아마도 하늘나라에는 이런 무지개만 있나 봐? 아니면 하늘나라에서는 이런 무지개가 가장 볼품이 없어 이 지구로 떨어 진 건지도 모르구. 성진이는 똑똑하니깐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안녕! 겨울 방학 때도 꼭 오렴.’
성진이는 창문 밖에 보이는 산을 보며 무지개를 떠 올려 보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구름 한 점 없는 겨울 하늘을 머리 들어 올려다봅니다.‘교회 관장님이 하늘나라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계속 재창조하신다고 하셨는데… 큰 아빠가 편지에 쓴 것처럼 늘 똑 같은 색으로만 뜨는 무지개가 제일 멋이 없어 지구로 떨어졌는지도 몰라. 그렇다면 하늘나라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 일까?’
성진이는 그림 숙제로 아름다운 하늘나라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가장 예쁜 색만 골라 그렸습니다. 그런데 도화지엔 무지개만 여러 개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때 엄마가 들어오시며 “성진아 그림 숙제하니?” 성진이의 그림을 들여다봅니다.
“무지개를 그렸구나. 예쁘네. 그런데 왜 무지개만 그렸어?” 갑자기 엄마의 물음에 “으응?! 예~ 하늘나라를 그리려 했는데 하늘나라에는 뭐가 있는지 몰라서 하늘에서 떨어진 무지개만 그린 거예요.” “뭐라고?! 하하하” 하얀 이가 다 보이게 웃는 엄마 얼굴을 보며 성진이는 뒤퉁수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듯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