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가진 개
이효성(동화작가)유순이네 집에는 송아지만한 암캐가 있어요. 세퍼드인데 이름은 ‘쫑’이에요. 할아버지가 몇 년 전만 해도 사냥을 하러 다니실 때 데리고 다닌 큰 개이지요.
“종.”
할아버지는 ‘쫑’ 하고 부르지 않고 ‘종’ 하고 부르신답니다. 종은 하인이라는 뜻으로, 할아버지에게는 충실한 일꾼이에요.
어느 날, 할아버지 친구가 찾아왔어요.
“오 박사, 어서 오시게.”
쫑은 너부죽이 꿇어앉아 꼬리를 쳤어요. 손님을 환영한다는 행동이랍니다.
“쫑, 잘 있었어?”
오 박사가 손을 내밀자, 쫑은 벌떡 일어나서 혀로 싹 핥는 악수를 했어요.
“어, 쫑이 목에 핸드폰을 다 찼네?”
“허허허, 개가 왜 핸드폰을 찾는지 알아맞춰 보게.”
할아버지는 개의 입에 망을 씌우고 작은 바구니를 목에 걸었어요. 쫑은 얼른 대문 밖으로 나갔어요.
시장 정육점으로 간 쫑은 문 앞에 얌전히 앉았어요. 그러자 주인이 알아보고 나와서 바구니 안에 쓴 메모지를 읽어보더니, 쇠고기를 썰어 싸서 갖다가 넣어 주었어요.
바로 그 때 핸드폰이 울렸어요. 쫑은 귀를 쫑긋 세웠어요. 정육점 주인이 개의 목에 걸린 핸드폰을 받으려고 하니까 쫑은 쏜살같이 피해 뛰었어요.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부근에 있는 초등학교 앞으로 가는 거예요.
“쫑!”
유순이가 친구랑 교문 앞에 서 있다가 외쳤어요. 쫑은 유순이 앞으로 가서 꼬리를 쳤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쫑에게 쇠고기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보내셨어.”
“나는 핸드폰 소리를 듣고 너를 데리러 오는 줄만 알았더니, 시장 심부름도 하는구나.”
친구가 놀라워했어요.
“전에는 내가 핸드폰을 걸면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셨는데, 다리가 불편하셔서 쫑이 대신 받고 와 줘.”
유순이는 친구랑 쫑을 앞세우고 집으로 향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