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나의 일,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했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그가 회사의 만류에도 사직서를 내고 훌쩍 떠난 것은 2019년의 일이었다. 새로 뽑은 스타렉스 한 대와 함께 그는 신앙촌 소비조합으로서의 새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김봉호 사장의 이야기다.
“젊었을 때부터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소비조합이었어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모두 마친 그는 집과 가까운 경기도 수원에서 소비조합을 시작하기로 했고, 거기서 유기성 팀장을 만나게 됐다. 유 팀장은 연간 사업시상식에서 개인 판매 부문 최우수상을 여러 번 수상한 이력이 있었다. 그런데 김봉호 사장을 만난 유 팀장이 예상보다 더욱 그를 반겨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당시 유기성 팀장님은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마침 의욕 넘치는 제가 나타난 거예요. 유 팀장님은 영업, 배달을 같이할 사람이 필요했고, 저 또한 행운이었죠. 유기성 팀장님 옆에서 일대일 과외 받듯이 일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김봉호 사장은 지금까지도 유기성 팀장이 늘 강조했던 ‘친절하고 많이 베풀어라, 놀아도 일터에서 놀아라, 고객과의 약속은 꼭 지켜라’ 하는 세 가지 원칙을 가슴에 새기며 일한다고 했다.
유기성 팀장과 함께 일하는 1년 6개월 동안 김봉호 사장은 소비조합으로서 조금씩 성장해갔다. 이후 독립해서 활동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김 사장은 부산으로 활동 지역을 옮겼지만, 그 무렵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그의 순조로운 행보도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김봉호 사장은 날개라도 단 듯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업에 시동을 건 곳은 자갈치 시장이었다.
“자갈치 시장 내에 횟집이 18군데가 있는데, 그중 신앙촌 간장을 쓰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어요. 참 의외였죠. 이곳에 우리 간장을 납품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첫 영업. 용기 내어 샘플 간장을 들고 자갈치 시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보이는 횟집을 방문했다.
“횟집 사장님께 신앙촌 간장을 소개해드리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알았다 하시며 작은 그릇 두 개를 가져오셨어요. 그러더니 그릇에 원래 쓰던 간장과 신앙촌 간장을 따라서 바로 맛을 비교해 보시더라고요. 맛을 본 사장님이 우리 간장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회 간장이라며, 회를 찍어 먹는 간장은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어야 하는데 신앙촌 간장이 아주 딱 이라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바로 간장을 구입한 횟집 사장님은 다른 곳으로 홍보하러 가는 김 사장의 뒤를 따라나섰다고 한다. 영문도 모르고 횟집 사장님을 대동한 채 다른 횟집에 들어간 김 사장. 궁금증은 곧 풀렸다.
“아마 같은 지역에서 오래도록 장사하다 보니 횟집 사장님들끼리 서로 막역한 사이였나 봐요. 그 사장님이 다른 횟집에 들어가자마자 ‘동생! 이분이 가져온 간장 한번 먹어봐! 진짜 맛있어!’ 하시더라고요. 두 번째 방문한 횟집 사장님도 간장을 드셔보시더니 너무 맛있다며 바로 신앙촌 간장으로 바꾸셨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난 횟집 사장님의 도움으로 하루 만에 총 다섯 군데 횟집에 신앙촌 간장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재는 자갈치 시장 내 18곳 중 14곳 횟집에 신앙촌 간장을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김봉호 사장은 “신앙촌 제품이 우수한 덕분”이라고 하며 또 다른 사례를 들려줬다.
“제가 송도 해수욕장을 지나가는데 아주 크고 근사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어요. 속으로 ‘저렇게 멋진 곳에는 신앙촌 간장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하고 생각하며 간장을 들고 홍보하러 갔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더라고요.”
세 번이나 찾아갔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김 사장에게 미안했던 식당 관계자가 “간장을 바꾸면 음식맛이 달라질 수 있어서 새로운 간장을 쓸 계획이 없다”며 앞으로는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때 김 사장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 식당에 우리 간장을 꼭 넣고 싶었는데 속이 쓰렸죠.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한 번만 더 가보자고 마음먹었는데, 놀랍게도 그 식당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요구르트랑 두부까지 가져와 보라 하시더군요.”
식당에 가보니 늘 만나던 식당 관계자 외에도 처음 보는 분이 계셨다고.
“처음 보는 분이었는데 제 손을 꼭 잡으며 환하게 웃으시는 거예요. 영문을 몰라 당황스러운 눈으로 옆에 있던 식당 관계자분을 쳐다봤어요. 알고 보니 제 손을 꼭 잡은 그 분이 식당 대표님이시래요.”
자초지종은 이랬다. 김 사장은 식당에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드시라고 요구르트 런을 한 통씩 들고 갔는데, 식당 관계자가 이를 대표에게 전달한 것이다. 대표는 우연찮게 요구르트를 먹게 되었고, 세 통을 모두 비워갈 때쯤 고질적으로 앓고 있던 장염이 사라진 것을 느낀 것이다.
“대표님은 그동안 심한 장염으로 지긋지긋하게 고생해왔는데 런을 먹고 싹 나았대요. 신앙촌 제품에 믿음이 생긴 대표님께서 우리 두부와 간장을 식당에서도 사용하기로 결정하신 거였어요. 뛸 듯이 기뻤죠. 그리고 대표님은 지금까지도 정기적으로 런을 주문 배달해서 드시고 계십니다.”
요구르트 런 덕분에 간장과 두부까지 납품하게 된 케이스였다. 김봉호 사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길을 열어주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김 사장은 나이가 들어도 지금과 같이 건강하게 일하는 꿈을 꾼다.
“이제는 횟집 사장님들과도 정말 친밀해졌어요. 제가 지나가면 ‘신앙촌 간장~’하며 손 흔들어 인사하시고, 만나면 감자든 떡이든 뭐든 주려고 하세요.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인가요. 저는 소비조합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해서 오래도록 일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