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일 초등학교 이애경 영양교사
“급식 때문에 학교 생활이 더 즐거워요”한국의 청소년은 보통 학교 급식을 최소 6년, 길게는 12년 동안 먹는다. 매일 점심 한 끼만 급식으로 먹는다고 해도 1년에 평균 190끼, 12년 동안 최대 2400끼 정도를 먹는다. 이토록 중요한 급식이 그동안 성장기 아이들 사이에서 ‘급식은 맛없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끼니 때우기’ 정도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학교급식소도 있다. 매월 생일상으로 감동을 준다거나 세계의 음식과 문화, 한식의 우수성을 배우고, 밥상머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급식시간을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만든 상일초등학교 이애경 영양교사는 2014년 3월 2일부터 2015년 2월 12일까지 학교 급식 식단을 ‘오늘 급식 뭐예요?’ 라는 책으로 펴냈다.
“아들이 평소에 음식과 영양성분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해요. 영영교사이지만 모르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더 배워야겠다 싶어서 공부를 했는데 ‘이 음식의 유래는 이렇구나, 알고 먹으면 더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겠다’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모은 자료들을 책으로 구성하게 됐습니다.”
학교 급식 모범 사례 우수상을 받기도 한 이애경 영양교사는 책에 소개된 식단이 표준식단의 기준이 돼서 영양교사들이 식단 구성을 짤 때나 교육 자료 활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학부모 등 일반 독자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아이한테 학교에서 ‘공부 뭐 했니?’라고 물으면 짜증을 낼 수도 있지만 ‘급식 뭐 먹었어?’라고 물어보면 짜증 낼 일이 없죠. 학부모들이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틀 때 딱 좋아요. 일명 밥상머리 교육이고 대화죠. 저도 식사할 때 아들과 음식을 통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든요. 예를 들면 얼마 전 한참 유산균 열풍, 그릭요거트 열풍이 불 때 아들이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유산균 제품 성분을 비교해 보더니 요구르트 ‘런’을 추천하더라고요. 마침 학교 급식메뉴에 런을 넣었을 때라 더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게 됐죠. 대부분의 유산균 음료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따라 단 경우가 많은데 런은 달지 않고 유산균 수가 많아서 아이들 건강 음료로 제격이라 선호하고 있습니다.”
상일초등학교 급식에는 한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나온다. 베트남, 터키, 브라질 음식 등 다양한 세계음식들을 접하면서 아이들에게 먹는 즐거움의 경험을 폭넓게 제공한다.
“급식은 교육이거든요.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한 건강식은 기본이고, 다양한 식재료와 경험을 원칙으로 하죠. 그래서 급식 식단에 세계음식, 제철재료로 만든 한식, 전통음식 등이 반영이 돼요. 급식 모니터링 하러 오시는 어머님은 아이가 급식에서 먹었던 나라의 음식을 찾아보면서 공부가 된다고 좋아하세요.”
또한 급식 메뉴를 통해 몰랐던 상식도 알려준다. “충무공탄신일에는 이순신 밥상이 나가요.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순신 밥상에는 고춧가루가 없어요. 그냥 하얀 밥상이에요. 9월 11일은 올바른 식생활을 위한 숟가락 젓가락데이, 11월 22일은 김치데이죠. 11가지 재료로 22가지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예요. 또 수능데이 때는 전통엿을 간식으로 주고 ‘엿 먹어라’는 말의 의미도 배워요. 알고 먹으면 더 즐거워요.”
상일초등학교 급식에는 테마가 있다. 2013년도에는 ‘학짜짜’ (학생이 짜다면 짜다), 2014년은 ‘눈으로 먹는 음식’, 2015년은 ‘집밥’이 테마이다.
“지난해 화려하게 했다면 올해는 내실을 기하는 음식을 만들려고 집밥 급식을 테마로 정했어요. 아침 조리조회를 마치면서 집밥집밥! 하고 구호를 외쳐요. 조리원들과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영양교사라는 직업이 천직임을 느낀다는 20년 경력의 이애경 영양교사는 “급식 한 끼는 그냥 한 끼가 아니죠. 어린이, 청소년들의 미래가 담긴 한 끼예요. 단순히 좋은 음식 먹이기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급식이 즐거운 인성교육과 건강한 생활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