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부인과 이인선 교수 건강 칼럼(14)

스트레스와 부인과 질환
발행일 발행호수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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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이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으며 심신증(心身症)이란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심신증이란 심리적 문제로 신체에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전에는 질병의 발생에는 반드시 어떤 원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임상에서 아무 원인 없이 고통 받는 사람이 많으므로 서양의학에서는 심신증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어 이런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칠정(七情)이라 하여 정상적 감정의 흐름을 벗어나는 기쁨, 슬픔, 분노, 걱정, 두려움 등이 인체의 기(氣)의 흐름을 문란하게 하여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고 고래(古來)로부터 음식상, 외감(外感)과 함께 질병의 중요 인자 3가지로 보고 있다.

현대는 생활이 복잡해지면서 사람은 더 많은 경쟁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심신증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감정적이고 예민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적기 때문에 심신질환이나 신경증으로 고생하기 쉽다. 또한 전업주부의 경우 뚜렷한 자기 일을 갖고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환경에서 나이가 들수록 자녀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점차 가족의 울타리가 안정과 기쁨을 주지 못하게 되는 갱년기 전후에는 증상이 더 심해지게 된다. 또한 여성의 생리는 혈(血)로써 이루어지는데 혈(血)은 스스로 돌지 못하고 반드시 기(氣)를 의지하여 순환하기 때문에 기(氣)에 병이 들면 생리이상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신경정신과 외래에는 여성 환자가 현저히 많고 그 중 부인과 질환에 해당되는 주소(主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서양의학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환자의 증상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산부인과 분야야말로 다른 어느 분야보다 마음과 몸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환자진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부인과 질환가운데 심신증의 경향이 있는 것으로는 기능성 자궁 출혈, 무월경, 월경전 증후군, 생리통, 갱년기 장애, 외음부 소양증, 배뇨이상 등 산부인과 질환의 거의 대부분이 심인성 요인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여성이 기(氣)가 실(實)하면 병이 많다고 하고 기(氣)를 다스리는 치료법을 발달시켰는데, 순기(順氣) 조기(調氣), 보기(補氣) 등의 다양한 치법(治法)이 있으며 생리불순을 치료하는 가장 기본적 치료법으로 조기(調氣)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향부자라는 약제는 기(氣)를 다스리는 효과가 탁월하여 여성의 성약(聖藥)으로 여겨지고 있다.

스트레스나 감정의 동요는 외부 자극에 의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소인이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심신증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사람이 이러저러해서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병이 생겼다라고 말하지만 더 큰 원인은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자신의 예민함에 있는 것이다. 외부 환경이 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자극에 반응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닦아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은 건강을 보장받은 것이다.
/동의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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