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전문의 김효명 교수의 건강 칼럼(5)

당뇨, 고혈압 그리고 눈
발행일 발행호수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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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당뇨망막증 – 망막에 출혈과 부종들이 보이고 있다.

21세기 들어 첨단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조만간 평균 수명이 100세에 달할 것이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장수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만성 성인병이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당뇨와 고혈압이다. 이들 질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발병 초기에 별 증상이 없어서 조기에 진단을 놓치기 쉽다는 점과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어서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지 않으면 종국에는 심각한 합병증이 생겨 고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뇨가 있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눈에 발생할 수 있다. 먼저 각막의 지각 신경이 둔해 져서 조그만 상처가 잘 낫지 않을 수 있으며, 백내장이 합병되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당뇨에 의한 백내장은 수정체 내의 당 대사 과정에서 부족한 인슐린에 의해 비 정상적으로 분해된 당 대사물로 인하여 수정체가 붓고 혼탁이 생겨서 오게 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 보다는 50대 이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성 백내장이 당뇨로 인하여 정상인에 비하여 더 빨리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다행이 지난 백내장 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의 기술 발달로 인하여 당뇨 합병으로 인한 백내장도 다른 원인의 백내장처럼 수술 성적이 아주 우수한 편이다.

눈에 발생하는 당뇨 합병증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당뇨망막증이라고 할 수 있다. 망막이란 눈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는, 즉 눈으로 들어 온 빛을 전기 자극으로 바꾸어 뇌로 전달하여 주는 곳이다. 당뇨를 오래 앓게 되면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주는 실핏줄에 혈류 장애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출혈과 부종이 망막에 생기게 된다. 처음에는 심하지 않아서 자각 증상이 없는 게 보통이지만, 점차 진행하면서 시야가 어두워지고 시력이 감소하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에까지 이르게 된다.

고혈압도 당뇨와 마찬가지로 혈관 질환이지만 동맥이나 세동맥에 먼저 병변이 생긴다는 점이 당뇨와는 조금 다르다. 혈관 내벽이 좁아지면서 혈류 흐름에 장애가 오고 이로 인하여 주변 조직에 저 산소증이 유발하면서 당뇨처럼 망막에 부종이나 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당뇨와 마찬가지로 증상이 경미하여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두 질환 모두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수년간 방치하면 망막에 심각한 합병증이 발병하고 한 번 생긴 망막 병변은 시기를 놓치면 치료를 하여도 원래대로 정상으로 복구가 안 된다는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

치료는 먼저 원인이 되는 당뇨나 고혈압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지 않으면 망막증을 안과에서 아무리 잘 치료하여도 병의 진행을 막기가 쉽지 않다. 조기 병변인 경우에는 당뇨나 고혈압의 치료와 아울러 미세 혈류를 개선시켜 주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 중등도 병변인 경우에는 안저 촬영과 같은 정밀 검사를 통하여 병변이 있는 망막이나 혈관 부위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아주 심하게 합병되어 눈안에 신생혈관이 보이고 눈속에 피가 고여 있어서 안 보이는 경우에는 유리체 절제술과 같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은 무엇보다도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위험인자(예:가족력, 비만 등)를 갖고 있는 분이라면 더욱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질병 자체가 만성이기 때문에, 즉 완쾌가 쉽지 않으므로,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지치지 말아야 한다. ‘병과 함께 간다’, 혹은 ‘병에게 지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식생활 습관과 체중 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치료와, 아울러 적절한 약물 요법을 꾸준히 병행하면서 눈 검사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고대안암병원 안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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