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부인과 이인선 교수 건강 칼럼(13)

물이 생명의 기원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신화적·철학적 관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이 문제는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라 과학자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표면에서 가장 넓은 바다가 생명체의 기원이고 다양한 생물환경을 통하여 진화과정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인간도 자궁내의 양수 속에서 인체조직이 형성되어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인간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어떠한 작은 미생물도 물 없이는 아무리 많은 영양분이 있다 해도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물의 품질을 논하면서 33종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고, 그 물의 품질에 따라 인간의 질병에 다르게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그중 가장 좋은 물은 정화수(井華水:우물에서 새벽에 처음 길은 물)로 성질이 평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하여, 사람이 크게 놀라 눈 코 입 귀로 출혈할 경우에도 사용하였고, 구취나 술 마신 뒤에 열로 인한 설사에도 쓴다고 하였다.

보통 건강한 사람은 하루 최소한 1.5ℓ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하여 억지로 물을 마신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더워도 물 한 컵을 한꺼번에 다 못 마시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한 주전자를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한다. 그것은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땀이 나고 목이 말라서 물이 달게 느껴지는 사람은 많이 마시는 것이 좋고, 땀이 없고 물 마시는 것이 싫은 사람은 조금만 마셔도 된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은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이 좋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찬물이 좋은 것이다. 사상체질적으로 보면 열이 있는 소양인이나, 태음인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며, 반면에 소화기 계통이 약한 소음인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마시더라도 따뜻한 물 위주로 마시는 것이 좋다.

요즘 웰빙 바람으로 차를 마시더라도 몸에 좋은 건강차를 마시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상체질에 따라 즐겨 마실 수 있는 차를 살펴보면 태음인은 폐를 보할 수 있는 오미자차가 좋고 몸에 열이 많고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갈근차가, 몸이 차고 대변이 묽고 설사 경향이 있는 경우에는 율무차가 좋다. 평소 몸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이라면 녹차 등의 차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도리어 위장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으며 먹더라도 식후에 마시는 것이 좋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장기능을 높일 수 있는 인삼차 생강차 꿀차 대추차 계피차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 반면에 신장기능이 약하고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은 구기자차나 결명자차가 좋다. 평소 하체의 기운이 약해지기 쉬운 태양인은 오가피나 모과차가 좋다.

우리가 쉬고 싶을 때 목욕을 하거나 온천을 이용하는데, 목욕은 우리 몸의 기운 순환을 도와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로 가볍게 마사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다. 그러나 사우나나 목욕으로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피로함이 오는 사람은 반신욕을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사상체질적인 면에서 볼 때 목욕법을 통한 땀을 내는 방법을 사용하기 바람직한 체질은 태음인이며 소양인과 소음인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소음인은 땀내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도리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평소 자신의 신체 상태를 알고 체질을 살펴서 그에 따라 물이나 차를 마시는 습관이나 목욕습관을 가지는 것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의대 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