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이후 엄중해진 한반도 정세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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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미, 서로 접수 가능한 공정한

합의문 만들기 위한 협상 추진 필요

한국,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해야

협상 중단 등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 시급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도출에 실패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다시 엄중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치의 ‘장기성’을 언급하며 제재 지속에 맞설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당국에 대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정부의 역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은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남측이 미국과 한편이 돼 북측의 의도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에 대해 미국의 속도조절론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남북합의를 이행하고 대북 압박 제재 공조에서 이탈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5월 4일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발사 이후 중단했던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한미를 자극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지만 200㎞ 내외의 사정거리를 보인 방사포와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함으로써 관련 국가들에게 충격을 주고 국면을 주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정책’의 결과로 북한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고 빅딜 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은 미국 편이라며 기다릴 태세다. 이에 맞서 북한은 저강도 도발을 통해 충격을 주고 북미협상을 촉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이 전통우방이었던 러시아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첫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을 가졌지만 제재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전략적 소통’을 하는데 그쳤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점령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유엔제재와 미국, 일본 등 개별국가 독자재제를 받고 있는 북한을 도울 방법은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밖에 없다. 인력송출 기한연장, 가스관 연결 등 현안을 협의했지만 비핵화 진전이 전제되지 않고는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4차 북중정상회담을 진행한 이후 북중관계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이 섣불리 나서기도 쉽지 않은 국면인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미국과 한국 등과 다르지 않다. 다만 방법에서는 미국이 포괄적 합의-포괄적 이행을 선호하는데 비해 북중러는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별 합의-단계별 이행(단계별 동시병행 조치)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남북미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신뢰가 여전하여 탑다운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하지만, ‘서로에게 접수 가능한 공정한 합의문’을 만들기 위한 양자 또는 다자 실무협상, 고위급회담, 정상회담 등 다층위의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한국이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시급한 것은 북한이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선언하는 등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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