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퍼레이드, 고해소 앞 가톨릭 성학대 묘사한 조형물 등장
교회 “예수와 성학대 연관 지었다”
위원장 “풍자는 생각을 깨우는 것”

가톨릭 교회의 성학대를 풍자한 플로트. 고해성사실에서 팔이 뻗어나와 제단 소년을 안으로 유인하려 하고 있다. 고해소 옆에는 ‘예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AP통신)
2월 25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에 가톨릭 성학대를 풍자하는 카니발 플로트(퍼레이드에서 사용하는 화려하게 장식된 조형물)가 등장했다.
이 작품은 고해소 앞에 서 있는 제단 소년과, 안에서 뻗어 나온 팔이 손짓하며 소년을 유인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고해소 옆에는 굵은 글씨로 “예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쾰른 대교구는 “고해소에 쓰인 문구는 신의 아들 예수와 학대를 직접적으로 연관 짓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교구는 서한을 통해 “예수가 고해소에 앉아 있으며, 손짓으로 제단 소년을 그 안으로 끌어당기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예수는 이 상황에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만약 신의 아들이, 특히 가톨릭교회에서 벌어진 끔찍한 학대 행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쾰른의 연례 사순절 퍼레이드에 사용되는 플로트는 권력층을 조롱하고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쾰른은 전통적인 가톨릭 도시로, 중세 시대에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순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쾰른을 포함한 많은 독일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에 등을 돌렸다. 이들은 성학대 규모에 배신감을 느꼈으며, 가해자들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미온적인 대처에 실망했다고 말한다.
2018년 교회가 위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독일에서 최소 3,677명이 성직자에 의해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13세 이하였으며, 약 3분의 1이 제단 소년이었다.
쾰른 카니발 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토프 쿠켈콘은 플로트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부끄럽고 부적절한 것은 학대의 묘사가 아니라, 학대 그 자체와 그에 대한 교회의 대응 방식”이라며, “카니발은 풍자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