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병설’ 돌던 탄자니아 대통령 사망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존 마구풀리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6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미아 술루후 하산 부통령이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마구풀리 대통령은 10년 넘게 싸워온 심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온 마구풀리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후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이상설과 함께 그가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야당은 그가 코로나에 감염돼 케냐에서 치료받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인도로 이송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학 교사 출신인 마구풀리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코로나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내놓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신에게 기도하라. 사탄바이러스는 예수그리스도의 몸 안에서는 살 수 없다” 등의 발언을 했고, 잘못된 코로나 진단키트가 코로나 확진 환자 수를 늘린다고 주장했으며, 서구의 음모인 백신을 거부하고 약재를 달인 증기를 흡입하라고 촉구했다.
탄자니아는 지난해 4월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 관련 수치를 보고하지 않았고, 같은 해 5월 코로나 확진자·사망자 공식 집계를 중단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신의 은총’으로 코로나를 퇴치했다며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구풀리는 지난 2015년 부패척결과 일자리 창출, 산업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전임 정부에서 건설부 장관을 지내며 ‘불도저’란 별명을 가졌던 그는 취임 초기 국립병원에 예고 없이 방문했다가 환자들이 바닥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곤 그 자리에서 병원장을 즉각 해고하는 등 깜짝 행보를 보여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는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사법기관과 의회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대중 집회를 금지하며,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들을 폐쇄하는 등 민주주의를 억압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때 동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안정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탄자니아는 마구풀리 대통령의 집권으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작년 10월 부정 선거 논란 속에 재선에 성공했다. 야당은 대선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불복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는 야당 지도자들을 구금하고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