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아포피스 충돌하면 히로시마 원폭 8만배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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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 소행성, 8년 뒤 지구 근접
미국, 프랑스 등 탐사 계획 발표

‘악(惡)의 신’. 지난 6일 지구를 스쳐 지나간 소행성 아포피스의 뜻이다. 이집트 신화 속 태양신 라와 대결하는 신인 아펩의 그리스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태양신 라가 질서와 빛ㆍ정의를 상징한다면, 아포피스는 혼돈과 어둠을 뜻한다.

2004년 12월 미국 국립광학천문대 산하 킷픽 천문대가 발견한 이 소행성은 지름이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조금 큰 400m에 달한다. 아포피스는 지구와 가까운 공전 궤도를 돌고 있는데 10년에 한 번꼴로 지구와 가까워진다. 지난 6일엔 지구에서 1,680만㎞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가 초당 4.58㎞의 속도로 지나갔다.

이 정도면 수많은 지구 근접 소행성 중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악의 신이라는 살벌한 이름으로 불린 이유는 따로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아포피스는 100년 이내 지구 충돌 확률이 100만분의 1보다 높은 지구위협천체 4개 중 하나로 꼽힌다. 발견 당시 천문학자들은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천문학자들은 아포피스 크기의 소행성이 이처럼 지구에 가까이 접근할 확률은 1,000년에 한 번이라고 계산한다.

아포피스처럼 지름 400m에 가까운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름 20~50m급 소행성만 하더라도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에는 지름 50m급 소행성이 떨어져 주변 2,000㎢의 산림이 초토화됐다. 지름이 400m일 경우 폭발력이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8만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10㎞에 달하면 지구 생물의 대멸종을 일으킬 수 있다. 중생대 백악기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을 멸종시킨 것이 지름 7~10㎞의 소행성이나 혜성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말 한국지질연구원이 발표한 직경 4㎞의 경남 합천 운석 충돌구엔 5만 년 전 지름 200m가량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질연구원 측은 당시 “합천 운석 충돌로 서울~부산까지 초토화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9년 4월, 지구는 별일이 없을까. 과학자들은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자들은 인류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포피스가 지구 가까이 오기 전에 탐사선을 보내 정확한 형태와 지질 성분을 파악하고, 혹 분열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2029년 ‘아포피스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MIT 등 4개 기관에서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대만과 프랑스도 아포피스 탐사를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2018년 1월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서 소행성 탐사를 밝힌 바 있으며, 지난 1월 천문연구원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주재한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안을 발표했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15일 현재 크기가 140m보다 큰 ‘지구위협 소행성’이 2,173개에 달한다. 또 지구 위로 매일 떨어지는 유성도 100t에 이른다. 6,6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의 주범이 소행성이었던 것처럼, 35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도 언젠가 소행성 충돌로 멸종할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 전에 지구온난화나 핵전쟁이 먼저 찾아올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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