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내온 것 하나님의 은혜일세

김춘매 퇴임 교역자(2)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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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전주제단에 계속 다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폐병을 앓던 젊은 여자 교인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듣고 입관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 원래 저는 겁이 많아 시신을 보는 것이 꺼려지긴 했지만, 박 장로님께서 축복하신 생명물로 시신을 씻기면 아름답게 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입관예배 때 생명물로 시신을 깨끗이 씻긴 후 보여 줬는데 고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폐병을 앓는 동안 까매졌던 얼굴이 화장한 것보다 더 뽀얗게 피었고, 창백했던 입술에 발그스름한 혈색이 감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을 볼 때마다 한창 꽃 필 나이에 병색이 짙은 것이 안쓰러웠는데 생명물로 씻기고 나니 생전과 비교할 수 없이 곱고 예뻤습니다. 저는 예배 시작할 때만 해도 시신을 보기가 겁나서 맨 뒤에 있었지만, 아름답게 핀 모습을 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됐습니다. 하나님 은혜로 시신이 핀다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입관예배가 있는 곳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폐병앓아 까매졌던 시신의 얼굴
입관예배 때 생명물로 씻기자
창백했던 입술에 혈색이 돌고
생전보다 더욱 뽀얗고 예쁘게 변해

전주제단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성경 공부하는 모임이 있어 저도 매주 참여했습니다. 전도사님이 성경 구절을 하나씩 설명해 주셨는데 한번은 지금까지 체험한 은혜를 이야기해 보라 하셨습니다. 저는 예배 시간에 좋은 향기를 맡았다고 이야기했고 한 교인은 찬송 부를 때 이슬비 같은 것이 보슬보슬 내려 온몸이 시원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전도사님은 호세아 14장에 『내가 이슬과 같으리니 … 그 향기는 레바논 백향목 같으리니』 하는 구절을 보자고 했습니다. 여기서 “내가”는 하나님을 뜻하며 하나님의 신이 이슬같이 내리고 향취로 맡아진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것이 감람나무와 같고』라는 구절은 그 은혜를 내리는 자가 감람나무라는 뜻이며 박태선 장로님께서 바로 감람나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직접 보고 체험한 은혜와 성경에 기록된 구절이 딱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주제단에서 부인회 임원으로 활동하던 저는 전도사로 나가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한 성격에 말수도 없는 제가 어떻게 전도사가 되겠나 했지만, 전도를 통해 은혜 받을 기회를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전도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소사신앙촌에서 전도사 수업을 받은 후 1966년 전라남도 고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시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병석에 오래 있던 집사님 한 분이 숨을 거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흥제단 산하에 있는 점암제단 교인이었는데 저와 고흥제단 교인 한 명, 점암제단 교인 5명이 입관예배를 드리게 됐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그 집에 가는 동안 ‘하나님! 함께해 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전주 제단 성경 공부 시간 때 교인들의 은혜 체험을 듣고 하나님의 신이
이슬 같은 은혜로 내리고 향취로 맡아진다는 호세아 성경 구절의 설명을 들으니
내가 직접 보고 체험한 은혜와 성경에 기록된 구절이 딱딱 맞는다는 생각 들어

시신이 있는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래 앓다가 돌아가셔서인지 지독한 악취가 풍겨 나왔습니다. 같이 간 교인들은 코를 감싸 쥔 채 방에 들어오지 못해 저 혼자 들어갔습니다. 먼저 생명물을 고인의 입에 넣어 드리자 한 방울도 흘러나오는 것 없이 그대로 넘어 갔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수건에 생명물을 적셔서 얼굴을 닦아 드렸는데 푸릇푸릇한 빛을 띠던 피부색이 점점 뽀얗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지독하던 악취가 말끔히 걷히는 것이었습니다.

이슬성신을 내려주시는 하나님의
크신 권능을 직접 체험 후
전도를 통해 은혜받을 수 있는
전도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해

냄새 때문에 방에 들어오지 못하던 교인들을 불러서 들어오게 했더니 고약한 냄새가 다 어디로 갔냐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때부터 입관예배를 드리며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교인들이 생명물로 정성껏 시신을 씻겼는데 어느 순간 아주 좋은 향취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향취가 점점 진해져서 나중에는 방 안에 가득 찬 것 같았습니다. 옆에 있던 교인들도 “악취가 나서 못 들어왔던 방인데 지금은 꽃향기가 가득 찬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생명물로 씻긴 후 편안히 잠든 것 같은 고인을 보면서 저는 마음 깊이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전주제단 전도사님과 교인들이 오셔서 입관예배를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생명물로 씻긴 후 피부색이 투명하고 뽀얗게 피어 70대 할아버지가 아니라 청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전에 엄하고 깐깐하셔서 잘 웃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아주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머금고 계셨습니다. 오빠가 그 모습을 보더니, 아버지가 저런 표정을 지으시는 것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귀한 은혜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점암제단 교인의 입관예배를 드릴 때
생명물로 시신을 씻겼는데 어느 순간
좋은 향취가 맡아지고 점점 진해져
하나님께 마음 깊이 감사 기도 드려

저는 고흥제단에 있는 동안 교인들 집을 자주 심방하고 자녀들도 제단에 나오도록 권유했습니다. 그때 20대 젊은이들이 많이 전도되면서 여러 명이 덕소신앙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그 후 서울 도봉동제단을 거쳐 1983년부터 8년간 정읍제단에서 시무할 때는 유년 주일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전도했습니다. 일요일이면 주일학생 예배와 부인회 예배까지 인도했는데 아이들이 늘어나자 학생관장님이 정읍에 부임하게 됐습니다. 정읍 출신 학생이 지금 기장신앙촌에서 어엿한 입사생으로 성장한 것을 볼 때면 대견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 후 서천과 거창, 문평제단에서 시무했던 저는 2001년 정년퇴임하고 기장신앙촌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하나님의 은혜일세. 사랑으로 보호하심 어찌 의심하리요.” 하는 찬송과 같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감사한 순간이 많이 떠오릅니다. 병에 시달리던 제가 건강을 되찾아 새 삶을 살게 되었고 귀한 직분을 맡아 기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열어 주신 길을 따라 은혜 안에서 사는 것이 가장 복된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죄를 멀리하며 하나님 뜻대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김춘매 퇴임관장님 신앙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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