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뻤던 일 슬펐던 일 눈물 흘리며 하나님께 다 고해

이재숙 권사(1) / 기장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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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올해로 여든넷이 되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중국 만주로 건너가서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결혼해 살던 중에 1945년 해방을 맞아 그리운 한국 땅으로 돌아왔지만, 나라가 어수선하고 6·25 전쟁까지 일어나 한곳에 정착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성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강원도를 거쳐 부산까지 피난을 다니는 동안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했던 저는 교회에 나가 하나님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에 다녀 본 적은 없었지만 종교를 가지면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부산에 내려온 후 부산진역 근처에서 장사를 하면서 부산진 장로교회에 다녔는데, 그러던 1955년경으로 기억됩니다. 아침에 장사를 나가다 보니 어느 길옆에서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 여럿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곁을 지날 때 들리는 소리가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이 집회를 하시는데, 기적이 많이 일어나 벙어리도 말을 하고 앉은뱅이가 일어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학생들에게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범일동에 있는 예식장에서 집회가 열린다며 직접 가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날 장사를 끝낸 후 딸과 아들을 데리고 집회가 열리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집회 장소에는 사람들이 꽉 차서 도저히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지만 저는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박 장로님은 유명하신 분이니 연세가 높으시고 점잖은 노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상에 올라오신 박 장로님은 눈부시게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30대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설교 말씀을 하시던 중에 단을 쾅 하고 치시자, 백합꽃 향기같이 향긋하고 좋은 냄새가 확 맡아졌습니다. 그 향기가 코에 호스를 대고 뿜어 주는 것처럼 강하게 진동을 해서, 딸아이에게 무슨 냄새 안 나냐고 물었더니 딸은 아무 냄새도 안 난다며 의아한 표정이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지금 향취를 맡은 사람이 있다고 하시며 그 좋은 향기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라고 하셨습니다. 향취를 맡은 후부터는 웬일인지 마음이 너무나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집회가 사흘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는 집에 돌아가 필요한 것을 챙겨 들고 다음 날 일찍부터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전날 맡았던 향취 은혜는 집에 갔을 때도, 다시 집회 장소에 왔을 때도 계속해서 진동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은혜를 주시는데 무어라고 기도를 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에 저는 제 앞자리에서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는 어느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하나님 은혜로 깨끗하게 하시고 하나님 앞에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드리라고 했습니다.
그 할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간절히 기도를 드리는데, 어느 순간 아주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면서 마치 제가 어린 아기가 되어 어머니 품에 안긴 것 같았습니다. 어린아이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어머니를 다시 만나서는 기뻤던 일, 슬펐던 일을 다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저희 가족은 일제의 폭압에 견디다 못해 정든 고향을 등지고 중국에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야 했습니다.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잃고 형제들마저 뿔뿔이 흩어진 채 춥고 외롭게 보냈던 유년기, 전쟁과 피난 속에서 고달팠던 시간들을 하나님께 다 고하면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 마치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아가야, 그랬구나. 이제 괜찮다. 괜찮아.” 하며 등을 토닥여 주고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 주는 것처럼 기도를 드리는 동안 제 마음은 너무나 평안하고 포근했습니다. 하나님이 바로 내 곁에 계셔서 나를 지켜 주시고 내 이야기를 다 들으신다는 것을 피부에 닿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평안함 속에서 집회에 참석한 3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다 지나갔습니다.

하나님 집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저는 길을 가다가도 몇 번이고 주저앉아 숨을 가다듬어야 할 만큼 몸이 약했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기만 하면서 가슴에 무엇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었는데, 집회에 참석한 후로는 그런 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길을 걸어갈 때는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둥둥 떠서 가는 것같이 몸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또 집에 있을 때나 어디를 가든지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너무나 향긋하고 좋은 향취 은혜가 계속 진동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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