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에서도 눈감으면 환하게 떠오르는 신앙촌 정경

최경희 승사(2) / L.A.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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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지난호에 이어서  영주동에 제단이 거의 완공될 무렵 저희 가족은 서울로 다시 올라오게 되었고, 어머니는 소사신앙촌에 입주하셨습니다. 서울로 이사 와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저는 점점 제단에 안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저를 무척 안타까워하시며 가끔 저희 집에 오셔서는 두세 시간씩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셨습니다.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께 제가 울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내가 왜 우는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른 새벽 조용히 무릎꿇고 어머니의 눈물을 생각
이 진리를 깨닫지 못했던 저를 위해 기도하시던 어머니
이제 저 또한 자식들이 깨닫도록 진실로 간구하고 싶어

1964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저는 제단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완전히 제단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1967년 11월이었습니다.
수요일 저녁, 침대에 누워 무심코 TV를 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이, 어서 빨리 제단에 가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제단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지금 당장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저희 집에 신앙촌 간장을 가져다주는 소비조합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수요일예배에 가는 길이라고 하여 저는 그분을 따라 정릉제단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제단에 무릎을 꿇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다다미가 깔려 있는 작은 제단, 조용히 고개 숙인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잃었던 고향을 다시 찾아온 것처럼 마음이 포근하고 아늑했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저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시던 어머니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내가 왜 우는지 나중에 알겠지.” 하시던 어머니. 그토록 간곡한 권유를 저버리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저도 모르는 사이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날 불현듯 제단에 오게 된 것이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새롭게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정릉제단은 대지를 마련해 제단을 신축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점점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저는 진실되게 마음을 모으는 것이 참으로 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공되기까지 교회 신축을 기도의 제목으로 삼아 진심으로 간구하게 되었고, 일을 통해 신앙이 자랄 수 있기에 다른 어떤 일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살림이 넉넉했던 저는 좋다는 곳을 구경 다니고 귀한 물건을 마음대로 사기도 했지만, 하나님 앞에 간구하고 움직일 때 느끼는 그 기쁨과 즐거움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1972년 여름부터 저는 신앙촌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조합을 시작했습니다. 첫날 여름용 이불 10장을 가지고 나갔는데, 동네 길거리에 부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 아주머니가 제가 가진 이불을 구경시켜 달라고 해서 보여 줬더니, 다들 마음에 든다며 너도나도 사는 것이었습니다.

품질 좋은 신앙촌 제품은 어느 곳에 가든 사람들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밍크 이불이며 홈드레스 같은 물건은 서로 가져가려고 저희 집에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축복과 은혜가 담긴 신앙촌 물건을 애용하는 사람들을 볼 때 제 마음이 그렇게 흐뭇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 베풀어 주시는 은혜 속에서 매일 매일이 기쁘고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소비조합으로 활동해 온 저는 1984년 큰딸이 있는 미국 L.A.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큰딸이 미리 L.A.제단 위치를 알아 놓아서, 저는 이민 간 그 주부터 일요일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교인들이 매주 모여 예배드리고,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는 그 시간을 늘 손꼽아 기다립니다.

6남매 제 자식들은 지금 다들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으로 일이 잘되고 잘사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는데, 사업을 하는 둘째 아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드려 달라는 말을 합니다. 제 소원은 자식들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하나님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른 새벽 조용히 무릎 꿇고 어머니의 눈물을 생각합니다.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철부지 아이 같았던 저를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시던 어머니. 저 또한 그토록 진실하게 간구하고 싶습니다.
이역만리 타국인 이곳에서도 언제든지 눈을 감으면 신앙촌의 정경이 환하게 떠오릅니다. 한없이 축복해 주시던 하나님의 모습은 제 일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남은 시간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이 귀한 길을 따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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