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온합섬 양말공장 공장장 – 황미옥
시온의 전학 소녀 공장장 되다공장장 황미옥의 신앙촌 생활은 중학교 2학년 때 기장 신앙촌의 시온중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시작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시온실고로 진학하면서 (주)시온합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계에서 나온 양말 ‘뒤집기’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차차 양말공장 안의 여러가지 일을 배워 나갔다. 기계실, T/C(Toe Closer:양말 앞부분 막는 과정)-자동미싱, T/C-수동미싱 등 남자 사원들만 일하는 염색 공정만 빼고 각 반의 일을 다 해보았다. 이러한 황미옥이 안 해 본 한 가지가 사무실 근무였는데 올해 4월부터는 사무실 안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양말공장 공장장이 된 것이다.
황미옥 공장장을 만나 공장 내부를 안내 받았다. 공장장이 얘기를 해도 기자가 못 알아 들으니 먼저 공장에서 하는 일을 보자고 나선 것이다.
기계실. 정밀한 기계들이다 보니 온도에 예민해 다른 곳보다 시원했다.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스타킹들이 모두 흰색이다. “신지도 않는 하얀색 스타킹을 왜 그렇게 많이 만드는가?”고 묻자 기계에서 방금 나온 스타킹을 들어 보여주는데 크고, 길고, 위 아래가 뚫린 원통형이었다. 거기에 염색이 되고 세팅을 하고, 때론 둘이 합쳐져 팬티 스타킹이 된다고 했다. 공장장이 기계 가까이 오자 일하던 사원들은 친근한 미소로 인사를 한다. 언니 같고, 동생과도 같은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공장장이요? 공장 살림을 하는거죠. 생산관리하고, 작업관리하고, 현장을 파악해야 하니까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거의 계속 현장에서 살아요. 일하시는 분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게다가 이제는 판매관리까지 하고있다. 전주 코아 백화점에서 행사를 하고 있는데 선물세트가 다 나갔다고 제품을 보내달라는 전화가 계속해서 오고, 김해 하나로 클럽 행사장엔 판매 사원 지원을 위해 직원과 함께 나가기도 했다. “우리 광광석 양말 선물세트가 다른 회사 양말세트와 같이 진열되어 있는데 우리 것은 기능성 제품이다 보니 가격이 세잖아요. 그 매장의 다른 판매사원들이 처음에 ‘저게 팔리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매장 내 판매사원들이 더 많이 사가고 있어요. 그들이 신어보고 좋으니까 손님을 이끌고 오기도 합니다.”
‘신앙촌 양말’ 50년 고객 사랑 보답하고
전세계 사람들이 시온 스타킹을
신도록 노력할 겁니다
생산에서 판매까지 관리를 해야하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양말과 스타킹을 함께 생산하다 보니 제품의 유행이나 흐름에도 감각을 세워두고 있어야 한다. 스타킹 하나만 해도 사계절에, 길이도 다양하고 색도 다양하다. 그 모든 흐름을 잘 타야 하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좌우명이라는 황미옥 공장장은 대학에서 공부도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부경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황 공장장은 대학 8학기 내내 장학금으로 공부했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쑥스러워 하며 “보통 A(전액)장학금 받고, 못하면 B(반액)장학금 받았어요. 대학교 다니며 공부할 때 정말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 걸 많이 느꼈어요. 과의 다른 학생들은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애들이고 저는 낮에 일하고 밤에 가서 공부하는 건데도 그 정도 할 수 있었던 건 다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던 거예요.”라고 겸양했다.
공부를 마치고는 모교인 시온실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산학교사인 거죠. 낮엔 저도 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학생들 가르치고, 재미있었어요.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는 방법을 찾아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그 결과로 영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어요. 한 4년 정도 가르쳤는데 올해 4월에 공장장 책임을 맡게 되면서 그만 두었습니다.”
학교에 전화를 해보니 황미옥 선생님이 공장장이 된 것은 축하할 일인데 학교 입장에서는 좋은 선생님을 놓쳐 아쉽다고 했다. “잘 가르쳤어요. 일처리도 야무지고 열의도 있고 다른 교사나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 했어요.” 시온실고 이정희 교무부장의 말이다.
대학 다닐 땐 전 학기 장학금 받은 공부 잘하는 학생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란 신념으로 뛴다
기획에서 생산, 판매관리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과거에는 소비조합에게만 판매를 맡겼으나 이제는 직접 판매관리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서류도 작성해야 하고 홍보 문안도 작성해야 하고 거기다 제품 기획까지 해야 한다. 황 공장장은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잠자는 시간을 빼고 일에 매달린다.
황 공장장은 내수시장에 이어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러시아나 중국엔 수출을 해왔는데 미국과 호주 쪽으로 수출하는 양이 많지 않지만 수출을 시작하고 있고, 스타킹 강국이라는 일본에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신앙촌’이란 브랜드로 50년간 애용해 주시는 고객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시온 스타킹’을 신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황 공장장은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신앙촌에 입사하여 진실하게 스타킹 현장 한 우물만을 파 온 한 시골 소녀가 마침내 공장장이라는 최고의 현장 관리자가 되어 펼치는 꿈에 기대를 걸어 본다.
송혜영기자news-song@theweek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