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받고 바늘 끝만한 죄라도 안 짓겠다고 굳게 다짐해

안순식 승사(2)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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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기한 광경을 직접 목격했으면서도, 미욱한 저는 집회 분위기에 익숙치 못하여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힘차게 손뼉을 치시며 찬송을 인도하시는데, 그런 것을 처음 봤던 저는 너무 어색해서 손뼉이 쳐지지 않았습니다. 예배가 끝날 때 “할렐루야!” 하며 팔을 올려서 영광을 돌리는 것도 영 내키지가 않아서 팔을 안 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집회 기간 중에 사람들은 벙어리가 말문이 트였다, 장님이 눈을 떴다, 불치병이 나았다 하며 환호성을 올렸지만 저는 계속 의심이 되었습니다. ‘혹시 서로 짜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장애와 불치병이 어떻게 집회에 참석한다고 나을 수가 있겠나?’ 집회장에 오기 전부터 박 장로님 집회에서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지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은혜가 쏟아지는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없이 상쾌하고
시원한 것이 흐르고 입 안으로는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마셔지면서 목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놀라운 체험을 해

집회에 열중한 사람들은 서로 앞자리에 앉으려 했기 때문에 저는 집회장을 떠날 때면 식모 아이를 시켜서 제가 앉았던 자리를 맡아 두도록 했습니다. 어느 날 맡아 둔 자리에 갔을 때, 옆에 앉아 있던 17세가량의 소녀 한 명이 제가 갑자기 끼어드는 줄 알았는지 불만스럽게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어- 버- 버-” 하는 외마디 소리만 내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소녀의 어머니가 “얘가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여서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합니다. 상황을 몰라서 이러는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날 박 장로님께서는 집회장의 군중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안수해 주신 후 “병자들은 일어나 뛰어라!” 하고 외치셨습니다. 그때 바로 제 옆에서 “벙어리가 말합니다!” 하고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방금 전의 그 벙어리 소녀는 주위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어머니- 아버지-” 하며 분명히 말을 하였고, 어머니는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소녀를 단상 위로 올라오게 하셔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하시자,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하-나-님, 감-사-함-다.” 하며 따라 했습니다. 벙어리 소녀가 입을 열어 처음으로 하나님을 부르는 그 순간, 집회장은 환호와 박수 소리로 떠나갈 것 같았고, 그 감격과 놀라움은 어떤 형용사를 다 모아도 표현하기에 부족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똑똑히 목격한 그 일을 더 이상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박 장로님께서 설교하실 때 입에서 불덩어리가 확 하고 튀어나오는 것을 여러 번 봤으면서도 ‘조명을 받아서 잘못 보인 것이다. 어떻게 입에서 불이 나오겠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벙어리 소녀가 말하는 것을 본 후로는 ‘집회에 오기 전부터 불의 사자라는 말을 듣지 않았던가? 그것은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불을 보았다는 뜻이다. 그 불이 바로 성신인 것이다.’ 하고 깨달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이 나았다고 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병이 낫는 것을 나 자신이 직접 봤으면서도 의심에 사로잡혀 믿지 못했구나. 내가 아는 것만 고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박 장로님께서 단상을 탕탕 치시며 “쥐꼬리만큼 아는 것 가지고 하늘까지 올라가려고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바로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 같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그때 다시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나를 바라보시오! 시선이 마주칠 때 은혜가 쏟아지니 바라보시오!” 고개를 들어 박 장로님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시원한 것이 쏴 하고 흐르면서 탄산수라고 해야 할지 박하수라고 해야 할지, 한없이 상쾌하고 시원한 것이 쏟아지는 느낌을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물이 입으로 마셔지는데,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마실 때처럼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입 안을 가득히 채우더니 목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기해서 옆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와 할머니에게 “시원한 것이 마셔지지요? 머리끝부터 흐르지요?” 하고 신이 나서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 멀뚱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 나의 생명이 되신 주~” 찬송을 부를 때, 저도 모르는 사이 가볍게 손이 올라가서 그토록 안 쳐지던 손뼉을 힘차게 치면서 넘치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가 끝날 때는 은혜를 주심에 감격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팔을 높이 올려서 “할렐루야!” 하며 영광을 돌렸습니다.

집회 중 어느 날, 하나님께서 기도를 하라고 하시기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눈앞에서 영화필름을 돌리는 것처럼 지난 일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어머니 말씀을 안 듣고 고집을 부렸던 일, 학창 시절 육상 대회를 앞두고 연습할 때 몰래 빠져나가 놀았던 일, 친구들 앞에서 콧대 높이 행동하던 일까지, 잘못한 일들이 낱낱이 기억나며 그토록 후회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라도 하나님의 법에는 어긋나 죄가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양심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도록, 바늘 끝만 한 죄라도 짓지 않아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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