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같이 뽀얀 것이 집회장에 가득하고 백합 향기가 진동해

김남순 권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257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저는 1929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3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농사를 크게 짓는 부유한 농가에서 부족함 없이 생활하며 저는 다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후 스물한 살에 결혼하여 영산포에서 살게 되었는데, 육이오전쟁 중에 장질부사를 심하게 앓고 임신 중이던 둘째 아이를 유산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편이었던 저는 그때부터 몹시 허약해져서 조금만 무리해서 일을 하면 2, 3일을 꼬박 앓아누워야 했습니다.

당시 이웃에 사시던 할머니 한 분은 그런 제 사정을 아시고 “젊은 사람이 이렇게 약해서 어쩌나…….” 하며 무척 안쓰러워하셨습니다. 때때로 제가 몸져누워 있을 때면 저희 집에 찾아와 자식처럼 걱정해 주셔서 저는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할머니는 ‘영산포전도관’이라는 곳에 다닌다고 하셨는데, 전도관을 신축하는 현장에 나가서 스스로 일을 도우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왜 힘들게 그런 일을 하실까?’ 하며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1956년 11월,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영산포전도관이 완공되어 박태선 장로님을 모시고 개관집회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박 장로님 집회에서는 은혜를 받아 병이 나은 사람이 많다고 하시면서 “자네도 몸이 약해서 밤낮 아프지 않나. 이번에 집회가 열릴 때 꼭 같이 가 보게.” 하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교회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았지만 그분이 권유하는 것을 차마 거절하기가 어려웠고, 병이 낫는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습니다. 집회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저는 “집회 첫날 저녁때 전도관을 찾아갈게요.”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집회가 열리는 날, 저는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집을 나섰습니다. 장터에 들어서자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전도관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난생처음 예배에 참석한 저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기도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울지?’ 하며 궁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잠시 후 박태선 장로님께서 등단하셔서 찬송을 인도하시자, 수많은 사람들의 우렁찬 찬송 소리로 집회장이 떠나갈 듯했습니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신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 하는 찬송을 부를 때, 기쁨과 희열에 가득 찬 사람들의 얼굴이 마치 활짝 핀 꽃송이 같았습니다. 저는 예배 시간 동안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저는 종교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그때 ‘저 사람들은 믿고 의지하는 신이 있구나.’ 하며 예배드리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 저를 집회에 데리고 갔던 할머니는 저희 집에 자주 찾아오셔서 은혜를 체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뽀얀 안개처럼 은혜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아주 좋은 향기를 맡았다 하시면서 저도 전도관에 다니면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를 따라 가끔씩 영산포전도관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한번은 박 장로님께서 광주전도관에 오셔서 예배를 인도하신다고 하여 저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광주전도관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겨우 자리를 마련해 앉고 보니 몸을 옆으로 돌리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등단하셔서 강대상을 ‘탕탕’ 치실 때였습니다. 저는 고개를 들어 단상 쪽을 바라보았는데, 안개같이 뽀얀 것이 예배실에 가득하여 박 장로님의 모습을 가렸다 보였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하며 궁금해하던 어느 순간 백합꽃 향기처럼 진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싱그럽고 좋은 향기는 일부러 맡으려고 숨을 들이마시면 어느새 사라져서 맡을 수가 없다가, 잠시 후 다시 삭 하며 바람처럼 지나갔습니다. 저는 ‘누가 화장을 하고 왔나? 어디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지?’ 하며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그것은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이웃집 할머니가 은혜에 대해 말씀하시던 것이 떠오르면서 ‘그 뽀얀 안개와 백합화 같은 향기가 바로 은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예배를 드리던 어느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쏴~ 쏴~” 하며 엄청난 장대비가 퍼붓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예배가 끝날 때까지 그 소리가 계속 들려서 ‘비가 많이 오네. 집에 어떻게 가지?’ 하며 속으로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단 밖으로 나왔을 때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소나기가 쏟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깥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햇빛이 쨍쨍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맞다! 아까 예배 시간에 박 장로님이 성신의 단비가 내린다고 하셨지! 그 소나기 같은 소리가 바로 은혜가 내린 것이구나.’ 하며 참으로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그날 영산포 교인들과 함께 대절 버스를 타고 오면서 “성신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 하고 목이 쉬도록 찬송했던 그 기쁨과 감격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오니 제가 전도관에 다녀왔다는 소문이 어느새 동네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산포 장로교회에 다니는 몇 분이 저를 찾아와서는 “전도관에 갔었다면서? 그러면 당신도 향기 맡았어?”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럼요. 맡았지요.” 하고 대답하자, 그분들은 전도관이 사람들을 미혹하는 이단이라면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다가 “저는 종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만, 거기 가서 제가 은혜를 직접 보고 체험했는데 그게 이단인가요?” 하고 질문하자 그분들은 아무런 대답을 못 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물쭈물하며 한두 명씩 자리를 떠나더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