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

이정자 권사 / 왕곡 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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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결혼 후 아이 셋을 낳고 이유없이 아팠습니다. 빨래 짜 놓은 듯 맥이 없고 걸을 힘도 없고 걸으면 하늘이 빙빙 돌아가고 밥을 억지로 먹으면 다 토해내고… 오빠와 의형제 맺은 의사하는 친구 분이 검사를 하더니 피가 아주 건강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며 주사 한 대 안 놔주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네 안 사람도 전도관에 보내면 되겠네.” 동네의 아저씨가 자신의 어머니도 저와 똑 같은 증세를 보였는데 전도관에 다닌 후 깨끗이 나았다고 저에게도 전도관에 나가보라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본 저는 마지막을 생각해봤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구해주는 그 분이 신이라면 평생 받들고, 사람이라면 내 평생 그 집 화장실 청소를 하리라고 혼자 약속을 했습니다.

수요일에 처음으로 전도관에 갔습니다. 지금의 왕곡교회입니다. 갔더니 노래하고 손뼉 치는데 그래서는 제 병이 나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백일을 다녀보고 안 나면 자기가 책임을 지겠다며 무조건 다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가문도 교회에 가는 일을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어머니가 전도관에 나가고 병이 나았다며 간곡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왔더니 시어머니와 남편은 더 강경했습니다. 꼭 나가야한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교회에 갔더니 전도사님은 ‘내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기도를 드리라고 했습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러나 싶으면서도 하라는 대로 내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학생들이 예배를 마치고 돌아간 빈 제단에 혼자 있는데 이제껏 맡아보지 못한 좋은 냄새를 맡았습니다. 나중에야 향취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 꾸준히 교회에 다니던 중 행사를 준비하며 교회에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제가 구름 위로 한없이 올라가는 꿈을 꾸다 깜짝 놀라 깨서 새벽예배를 드리는데 그때부터 예배 시간마다 향취를 맡으면서 언제 아팠냐 싶게 나았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회 일이라면 앞장섰습니다. 신앙촌 제품의 인기도 좋아 영산포에 나가 간장을 받아서 왕곡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 팔았고, 엑슬란 담요와 밍크 이불을 서로 계를 짜겠다고 하여 많이 팔았습니다. 소비조합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고, 시어머니는 이제 교회가 큰 집이라며 잘 받들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저를 따라 이슬성신절에 신앙촌에 다녀 오신 후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교회 다니는 것이 시들하면 “너는 교회에 안 갔으면 이미 공동묘지 아랫목에 썩어서 흙이 됐다”며 호통을 치셨습니다.

이제 저도 신앙촌상회를 차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어쩌면 또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저와의 약속을 끝까지 잘 지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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