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

정기화 / 전남대 교수경제학 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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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정기화 / 전남대 교수경제학 박사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5~6년 후 큰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경제의 일선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훼손을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하며 이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국내의 대기업마저 세계적인 경제 전쟁의 일선에서 무엇을 해야 먹고 살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는데 비해 후방에 있는 정부는 일선 현장의 소식을 애써 진화하려는 양상이다. 이러한 정부의 주장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현재의 경제지표를 보면 한국경제의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외환보유고가 2천5백억 달러로 IMF와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며 국민소득 증가율은 2003년 초 바닥을 치고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올해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지수도 2003년 525포인트로 저점을 찍은 후 1500포인트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이 아니라 미래에 있다. 비록 현재의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정부처럼 현재의 경제지표를 가지고 미래를 낙관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징후를 살펴보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의 87%가 해외법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LG 전자의 경우도 2006년 매출액 중 해외매출 비중은 84%이고 임직원의 60% 정도가 외국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해외생산의 비중이 30%를 넘을 것으로 여겨진다. 주요산업의 경쟁력도 문제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여러 산업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경제주체들이 활력에 차 있으면 경제의 어려움도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고 있어서 어려움의 극복이 쉽지 않다. 일부 기업은 노사갈등이나 정부의 규제에 질려 기회만 주어지면 사업을 접고 해외로 이주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일부 근로자들은 성과와 무관하게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하여 파업에 열을 올린다.

자라나는 세대도 걱정이다. 대학생들의 도전의식은 사라지고,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린 중·고등학생들은 교육부의 입시제도에 오락가락하며 꿈과 미래를 잃어가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일선 현장과 후방 지원부대 간의 긴밀한 연락체계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게 된다. 실제 총탄이 날아다니는 경제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기업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정부는 기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을 기초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지금처럼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엄살로 폄하하거나 언론에 의한 과장으로 여긴다면 진실을 파악할 기회조차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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