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김상겸 / 동국대학교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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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 동국대학교 교수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평화롭게 시작되었던 집회는 정부의 강경진압과 함께 과격화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양 측의 첨예한 대치에 급기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 종교단체가 나섰지만 충돌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미국과 쇠고기협정 후,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진솔한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고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국민의 불신만 초래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경제발전과 선진한국을 기치로 내세우며 출범한 정부가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를 묵살하고 인사와 경제정책 등에서 일방적으로 독주한데 그 원인이 있다. 정부는 21세기형 전자민주주의의 특성을 도외시하고 20세기 아날로그형 대의제 민주주의에 안주함으로써 국민과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여 문제를 키웠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이를 거리 시위로 해결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도 헌법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한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하여도 이를 거리에서 폭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다수가 모이면 다양한 견해와 행동이 표출되고, 때로는 소수에 의하여 다수가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회와 시위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평화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두 달 넘게 타오르는 촛불 속에서 우리 사회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적인 모습만 자리 잡고 있다. 대화와 의사소통을 앞세우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하고, 오직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는 독선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충돌을 양산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 급등하는 원유가에 물가는 국민의 기초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 시점에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진정성이 없는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과거처럼 일방통행식 정책수립과 집행은 더 이상 국민에게 수용될 수 없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은 국민의 참여와 이해 속에서 시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쇠고기 수입정책뿐만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에서 국민의 합의를 도출하고 그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어떤 문제에도 정당한 법집행을 통하여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 역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헌법질서 내에서 작동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이를 무시한다면 법치질서는 무너지고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이제 우리 모두는 혼란한 현실 앞에서 무엇이 국가와 자신을 위하여 최선의 길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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