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와 사제단의 일탈
제성호 /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에 일부 신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정신적 대부 격인 문규현 신부는 친형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일단의 사제단과 함께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사업 중단투쟁을 위해 문 신부는 이곳으로 아예 주소지를 옮긴 바 있고,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지 건설 무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유사시 전력(戰力)의 집중과 분산에 유리하여 바다로부터의 위협을 막아내는 최전방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여기에 전개하는 기동전단은 북한의 우회 침투를 차단하고, 동ㆍ서해 전장상황에 따라 전력을 융통성 있게 투입할 수 있다. 군사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거점인 셈이다. 더욱이 중국의 해군력 증강 및 해양 세력권 확대(세칭 ‘바다공정’ 추진), 이어도 등 우리 국토 남방의 해면방어, 원유 등 주요 물자 수송로 안전 확보 등을 고려할 때 제주 해군기지는 절대로 필요하다.
그래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민주당도 찬성해 노무현 정권 때부터 시작됐고, 지난 수년간 국회에서 예산을 승인받아 일관되게 실시되어 왔던 것이다. 이 점에서 명분과 당위성,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합법성을 두루 갖춘 안보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단체의 개입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경찰과 주민간에 대규모 충돌 직전까지 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다섯 달째 계속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해군기지 반대 시위엔 일단의 신부들이 ‘천주교인권위원회’라는 새 옷을 걸치고 나타났지만, 구성과 본질은 ‘정의구현사제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투쟁의 한 축을 이루는 문 신부 형제는 그간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합-연방제 통일을 주장함으로써 국가정체성 흔들기에 앞장서 온 전력이 있다. 때문에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 안에서도 교회가 인정하지 않는 불법 임의단체”로서 “천주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교회의 명령을 무시하고 반교회적 반사회적 활동에 매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기에 우리는 투쟁의 전면에 나선 사제들의 국가관과 안보관은 어떤 것인지, 혹여 ‘친북반미적’이고 ‘반(反) 대한민국적’인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은 것이다.
혹자는 생태계 파괴, ‘평화의 섬’, 중국의 공격 초래 등을 들며 기지건설 반대론을 지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미국의 하와이에는 대규모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있지만, 유네스코 생태보전지구, 유네스코 세계복합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휴양지로 남아 있고, 어느 누구도 해군기지 폐쇄를 요구하지 않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본래 종교는 세상사에 찌들린 인간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본령으로 한다. 따라서 세속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제단은 인간사, 특히 안보문제에 너무 깊숙이 관여해 사회구성원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아무쪼록 사제단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사도로서 신자들의 영혼 구원에 매진하는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의 안녕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며, 사제의 명예와 직분에도 걸맞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