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응방식을 바꿔야 할 때

호사카 유지 / 세종대 교수, 일본학
발행일 발행호수 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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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 세종대 교수, 일본학

지난 3월 30일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기술 왜곡이 가장 심했다. 지리와 공민(일반사회)은 통과된 교과서 100%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재했고 역사교과서에는 왜구 중에 다수의 조선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라든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기 때문에 한일병합이 앞당겨졌다는 등의 왜곡이 등장했고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삭제되었다.

이같은 일본 사회과 교과서의 경향은 2001년 3월 후소샤의 ‘새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정부는 33개항의 수정 요구를 일본정부에 보냈으나 시정된 곳은 두 군데에 불과했다. 그때 일본 내에서도 ‘새 역사 교과서’ 불채택운동이 시작되었고 2001년 8월에 발표된 ‘새 역사 교과서’의 채택률은 0.039%에 불과해 양심세력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후 당시의 여당인 자민당 내의 ‘새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2006년도에는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었다. 새로운 ‘교육기본법’은 교육 목표에 ‘애국심’과 ‘향토애’를 강조했고 그러한 국민을 키우는 것이 일본의 교육 목표라고 명문화시켰다.

결과적으로 ‘새 역사 교과서’의 기술방향이 모든 사회과 교과서에 확대 적용되기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일본에서는 왜곡 기술한 특정한 교과서를 비평하는 시대가 끝난 셈이다.
따라서 이제 한국정부의 방침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동북아역사재단을 통해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 계 교과서만을 타깃으로 일본 내의 불채택운동을 도와왔지만 이제는 특정한 교과서를 타깃으로 하는 시대가 끝난 만큼 한국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내용에 대한 비판과 극복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전개해야 할 차례다.

일본 측 역사 논리는 다음과 같다. ‘역사는 그것을 기록하려는 역사가들에 의해 형성된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중 무엇을 기술하는가에 대한 선택권은 역사가가 쥐고 있다.’ 이런 역사기술의 논리는 사실 현재의 역사학을 대표하는 논리 중 하나다. ‘새 역사 교과서’의 집필진은 이런 논리를 내세워 위안부 문제 기술을 거부하고 일본을 미화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골라 교과서에 담았다. 하지만 한국 측에서 일본 측의 역사 논리에 대한 극복 차원의 연구나 제언이 나온 적이 거의 없다. 근본적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에 밀릴 수밖에 없다.

물론 교과서란 반드시 어떤 역사 논리에 입각해야한다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교과서란 교육적 측면이 강조되므로 교육학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역사 논리를 비판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의 어떤 단체는 안타깝게도 아직도 옛날 그대로의 대응방식만을 고수하여 올해도 일본의 2종류의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만 불채택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철저한 분석과 논리 구축을 우선시하여 그 토대 위에서 한국측 행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효과도 없고 예산만을 허비하는 대응방식인데도 그 방침을 고수한다면 자기만족적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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