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부와 한반도
오승렬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지난 3월 시진핑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주석직과 중앙군사위 주석직에 올랐다. 후진타오로부터 중국공산당 총서기직을 물려받은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당정군을 모두 움켜쥔 셈이다. 더욱이 중국 정치권력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수가 9명에서 7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시진핑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법치주의, 반부패, 민생(民生)’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의 꿈’을 이야기해 왔다. 중국의 향배는 한국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환경 요인인 만큼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데올로기와 ‘3개 대표론’을 내세운 장쩌민 시대의 시장경제 지향성은 매우 구체적이었던데 비해,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이나 ‘화해 사회’는 실체가 모호했다. 어찌 보면 후진타오의 10년은 중국 정치개혁 과정에서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중국이 거부감을 가지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따르지 않더라도, 시진핑 시대에 중국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변화는 중국공산당의 ‘당내 민주화’와 중국인이 투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함으로써 민의를 수용할 수 있는 ‘기층 민주제도’이다. 시진핑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법치와 부패척결, 그리고 민생을 내세우고 있으나, 소위 태자당이 거의 전 사회의 요직을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공염불이 되기 쉽다.
시진핑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하고, 에너지 협력과 군사협력에 초점을 맞춘 중·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제제보다는 대화와 긴장완화를 위한 6자회담의 틀 유지에 맞춰져 있음을 밝혔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 선회 가능성을 보도 해왔던 우리나라 매체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양자관계에 있어서는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나,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세계전략에서는 미국과의 경쟁과 갈등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싫든 좋든 앞으로 10년 동안 시진핑의 중국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한국으로써는 결코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중국의 정치개혁 지연과 빈부격차 및 부패로 인한 사회 내부 갈등은 중국을 괴롭히는 문제이자 한·중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확실성의 근원이다.
사실 한국이 직면하게 될 ‘중국의 위협’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우리로서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위대한 꿈이 중국 역사에서 되풀이돼 왔던 중국의 팽창과 주변국에 대한 수직 질서 구축이 아니라 인권과 민주, 그리고 동아시아 사회의 진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부흥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