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의 난해성(難解性)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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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의 핵개발문제가 불거진 이후 역대 남한 지도자들은 핵문제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북정책을 펴왔다.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자와 악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동결 대 보상’ 방식의 북핵해법에 동의하고 보상에 동참했다. 김대중 정부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라는 포괄적 해법에 따라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추진하고 첫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노무현 정부도 핵문제우선해결론에 따라 북핵해결에 집중했지만 북한이 핵실험으로 맞서는 등 북핵해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핵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지난 10년간의 진보정권과의 대북정책 차별화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 슬로건에 따라 ‘선 핵폐기론’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비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됐다.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3년여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역대정부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었지만 어느 정부도 북한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재조정 요구를 북한이 거부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악화되고 북핵해결의 집중력도 잃었다.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와 한국의 ‘그랜드 바겐’에 따라 북핵협상을 본격화 하려했지만 서로의 입장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천안함 격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북핵문제는 대북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기다리는 전략’과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고 대북 압박에 주력해온 데는 6자회담을 재개해봤자 비핵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정세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핵해결의 한 방법으로 ‘리비아모델’을 제시했는데, 핵을 포기한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지켜본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6자회담 재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후계구축 등 내부 정세 불안정도 6자회담 재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으로의 후계구축 과정에 있는 북한 권력내부의 불안정성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적 사고’도 북핵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제재와 압력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는 것이 북핵해결의 빠른 방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공개하고 협상이 늦어질수록 그들의 핵능력은 향상될 것이란 점을 암시하면서 외부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 핵능력의 향상을 막고 ‘비핵’ 목표에 접근하려면 기존의 원칙 위주의 대북정책에서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6자회담 재개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6자회담을 재개하지 못하면 북핵문제 해결노력은 주요국 권력교체와 맞물려 장기 공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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