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의 허와 실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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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

반값등록금 문제가 갑자기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반값등록금을 위한 촛불집회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연일 열리고 있는가하면 대학가에서는 동맹휴업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이제는 여야정치권도 반값등록금에 마치 주술이나 걸린 듯 다른 바쁜 민생현안들을 제쳐놓고 반값등록금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뜨거운 감자와 같은 현안들은 수시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선진공동체가 되려면 뜨거운 가슴 못지않게 냉정한 머리로 사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바로 그런 역할을 정치권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정치인들은 오히려 앞장서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분명 오늘날 대학이 거두는 등록금의 적실성에 대해 따져볼 부분은 있다. 과연 지금 등록금의 수준이 적정수준인지, 아니면 거품이 끼어있는지,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또 대학들이 쌓아놓는 적립금 수준이 과도한지, 아니면 적정수준인지도 검증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그런 논의를 위해선 뜨거운 가슴보다 냉철한 머리가 요구되는 법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반값등록금의 문제는 그 논의의 시작이 잘못되었다는 점에 있다. 반값등록금이 최종 해법인 것처럼 제시되고 있는 현실을 보라. 하기야 여기에는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어설픈 접근이 빌미를 제공했다. 대선 공약사항으로 제시했는가하면, 최근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반값등록금의 개념은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것이다. 우리는 요즈음 ‘통큰 치킨’, ‘통큰 피짜’, ‘통큰 쇠고기’등, 이른바 통큰 상품 시리즈에 갑자기 친숙해졌다. 그러나 이것은 반값상품과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통큰 상품시리즈는 공급자들이 판매전략의 일환으로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에 반해 반값등록금은 교육의 공급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측이 내놓은 것은 아니다. “배놔라 감놔라”하며 정치권이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떻게 해서든 표와 인기를 끌어모으겠다는 얄팍한 복지 포퓰리즘의 결과가 아닐까. 다시 말해 정치인들의 단견이 빚어낸 결과라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반값이든 그보다 더 싼 등록금이든,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불감청(不敢請)’일지언정 ‘고소원(固所願)’의 소망이다. 양질의 재화를 싼값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자의 자연스러운 행태일터이다. 그렇기에 대학생들로서는 표출할 수 있는 당연한 선호이다. 매학기 등록금 때문에 등골이 휘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정치권이 나서서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정말 꼴불견이다. 과연 반값등록금은 세금문제와 관계없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인가.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산타클로스와 같은 존재란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은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마술을 부릴 수 있는 존재라도 되었단 말인가.

그렇지 못하면서도 단순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박수와 인기를 받을만한 이슈이기에 등록금문제에 달라붙는다면, 그것은 정치인들의 탐욕에 불과하다. 이 정치인들의 탐욕으로 인해 대학등록금 논쟁은 이득과 손실을 냉철한 머리로 따져보는 정도로 가지 못하고 뜨거운 가슴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반대하면 선거에서 당선될 수 없다는 두려움도 포퓰리즘을 부추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왜 우리사회에서는 대학등록금 논쟁과 같은 주요 쟁점들이 한결같이 포퓰리즘적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유감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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