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스로 개혁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김종도 / 전 한국중동학회장
발행일 발행호수 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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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도 / 전 한국중동학회장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주요의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용어가 되었고 불과 1년 반 만에 봇물 터지듯이 급속하게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우리의 교육 현실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2023년에 고교졸업자 수(약 40만 명)가 현재의 대학입학정원(50만 명)을 넘어서는 현실을 맞게 된다. 정부는 최근 교육부 주도로 대학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통하여 15개 대학이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자진 폐교가 5개, 강제 폐교가 10군데이다. 폐교원인은 교비 횡령, 학사 비리, 경영악화 등 천태만상이다. 이 작업을 정부가 주도하기에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고 대학의 통제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상아탑 안에서 너무 현실에 안주한 대학들도 공범임을 자인하여야 한다.

특히 대학 입학정원 문제가 그렇다. 인적자원의 통계를 담당하고 정부의 통계청과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분포를 그렇게도 몰랐단 말인가? 대학조차도 이를 간과하고 시설을 늘리고 확장하여 이제 와서 후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를 외국인 학생으로 메꾸겠다고 하나, 이에 대한 교육 인프라와 관리가 허술하기 그지없다. 명문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교수들조차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 장사’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대학들도 이런 현실을 눈감아주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결과물로 나타나며 이의 산실은 대학원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원은 어떤가? 일본은 2017년 현재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 수가 무려 26명이나 된다. 대학원은 자신의 전공이나 학문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연구하기 위하여 입학하는 최상위의 교육기관이다. 과거에는 학부 성적이 B 이상 되는 즉 공부하려는 학생들만 입학조건이 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취업을 못 하여 어쩔 수 없이 학적을 걸치는 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 애초부터 학문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입학한 대학원에서 무슨 수준 높은 연구가 이루어지겠는가? 그리고 이어서 박사학위를 하고 줄이 좋으면 이런 사람들이 먼저 대학교수가 된다. 결국 대학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모든 책임이 대학당국에 있음을 자인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교육기관이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학에 대하여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학 운영자도 이제 백화점식 학과개설로 소위 장사(?)하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몇몇 분야의 특화에 주력해야 한다. 교수들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하여 연구실이 남아서 밤도 새울 수 있는 각오로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경쟁력이 되며 21세기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견고한 반석에 놀려놓을 수 있는 토대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육부는 대학에게 강제보다는 자율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대학 스스로도 개혁의 주체자로서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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