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의 선결조건은 비핵화, 개방, 분배의 투명성

구본학 /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국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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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학 /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국제학과 교수

작년 10월 4일 노무현 전대통령과 김정일은 경제, 문화, 군사, 정치 등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포함한 ‘10.4선언’을 채택하였으나,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를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북대화와 대북지원을 조속히 재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는 ‘10.4선언’ 이행을 위해서는 약14조3천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하였다. 북한이 왜 10.4선언의 이행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받을 것은 많고 이행할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이란 명목 하에 과거 10년간 총 3조5천억원이 북한에 지원되었다. 민간차원의 지원과 불법송금까지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그 결과는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며, 순수한 민간인 관광객에 대한 야만적인 총격이었다.

핵개발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 정권을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연장시킬 뿐이며, 장기적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대북지원 재개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는 북한의 핵포기이다. 지난 6월 북한이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북한은 핵시설의 재가동을 선언하였다. ‘돌이킬 수 없는 핵불능화’ 이전에 대북지원을 재개할 경우 북한의 기만전술에 말려들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지원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는 개방과 개혁을 포함하는 북한의 변화이다. 조건 없는 대북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햇볕정책의 가정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 남북대화를 위한 대북지원은 일시적 진정제일 뿐 진정 의미 있는 북한의 변화는 얻을 수 없다.

셋째는 분배의 투명성이다. 10년간의 햇볕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 이유는 그 동안의 대북지원이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입과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은 북한 당국이 가져간다. 북에 보내진 쌀은 평양시민과 군인들이 가져갔고 굶주린 일반 주민들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러시아, 중국, 베트남, 리비아가 변화하는데 북한은 왜 변화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대북지원이 김정일 정권을 지원해 왔는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금강산 관광대금은 핵 개발이 아닌 경제개발에 사용되어야 하고, 개성공단 임금은 근로자에게 직접 전달되어야 하며, 지원된 식량은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대북지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북한의 핵공갈, 북한 동포에 대한 동정심, 감상적 민족주의 등에 동요되지 말고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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